“인체 장기를 칩 형태로 구현한 ‘장기칩’은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물 모델에서는 직접 확인하기 힘든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볼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지난 24일 충북 오송 3D생체조직칩 실증·상용화 지원센터(OK-MPS)에서 만난 우베 막스(Uwe Marx) 독일 티스유즈(Thesyzu) 대표 겸 독일 베를린공과대 명예교수는 장기칩에 대해 “인간의 질병을 인간 기반으로 연구해 제약이나 화장품 산업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스 대표는 전 세계 장기칩 개발의 최전선에 있는 연구자다.
장기칩(organ-on-a-chip) 기술은 인체 장기에서 유래한 세포를 칩 안에서 배양해 장기의 구조나 특징을 모방하는 기술이다. 3D 생체 조직 칩 또는 미세생리 시스템(MPS)이라고도 한다. 약물 개발 단계에서 후보 물질의 유효성이나 독성을 판별하거나, 환자에게 유효한 치료법을 찾는 데 쓰인다.
막스 대표는 인체 다중 장기칩(Human Multi-Organ Chip)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다. 의사과학자로서 간, 뇌, 피부, 장, 췌장섬과 같은 소형 인간 장기 15개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다중 장기 칩 기술을 개발했다. 2010년에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다중 장기칩 회사 티스유즈를 설립했다.
현재 티스유즈는 유럽의약품청(EMA), 유럽 주요 제약 회사 6곳과 협력해 장기칩의 재현성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장기칩을 개발한 곳과 규제 기관 외에 제삼자의 검증을 받는 것이다. 막스 대표는 “오는 2026년까지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 상용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 연구 기관인 OK-MPS 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장기칩 기술의 국제적인 검증 기준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티스유즈는 앞서 미 식품의약국(FDA), 중국 식품약품검정연구원(NIFDC)과 협력해 기술의 검증 단계를 강화해 왔다. 막스 대표는 “기술을 실험실뿐 아니라 환자에게 바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높이려면 검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중국에 이어 한국의 기관과도 함께 연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막스 대표는 전 세계 수많은 나라 중 특히 한국을 협력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로 “한국은 최신 기술을 신속히 수용하는 나라 중 한 곳”이라며 “검증 연구를 진행해 장기칩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면서, 기술을 환자 치료에 직접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유럽의 평균적인 인프라에 비해서 약 10배 높은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며 “한국은 노벨상 수준의 혁신 연구를 진행해 신속하게 제품화할 수 있고, 환자 맞춤형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갖춰있기 때문에 장기칩 분야가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인체 장기를 모사하는 연구는 장기칩이 아닌 대부분 ‘오가노이드’에 집중되어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장기유사체다.
막스 대표는 “최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발표한 새로운 접근 방식(NAMs) 보고서에서도 장기칩 관련 내용이 빠졌는데, 티스유즈와 OK-MPS의 협력이 한국에서 장기칩 분야를 활성화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며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를 하고, 식약처가 장기칩 기술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