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미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초기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가 연말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호주 식품의약품청(TGA)은 지난 16일 “뇌의 부종과 미소(微少) 출혈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빈도를 고려할 때 임상 시험에서 입증된 약의 효과가 이런 부작용의 위험성을 넘어서지 않는다”며 레켐비 사용 승인 신청을 거절했다. 지난 7월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가 안전성을 문제로 승인에 부정적인 견해를 낸 데 이은 것이다.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2023년 7월 FDA에서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을 획득했다. 이 약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 속의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 축적을 막는 효과를 낸다. 임상 3상에서 인지 능력 감소를 27% 늦추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투약 환자의 13%가 뇌 부종을 경험하고, 17%가 뇌출혈을 겪는 등 부작용도 뚜렷했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한국, 홍콩, 이스라엘, UAE에서 승인을 획득했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레켐비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논란이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호주 사우스 웨일스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평 논문에서 “레켐비가 여성에게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레켐비의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하위 그룹 분석이어서 유의미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이라는 특징 이외에 병의 진행 정도, 연령대 등의 변인을 통제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국내에는 12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나 최근 허가 과정에 대한 논란이 나왔다. 지난 1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레켐비가 식약처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약심위)의 전문가 조언을 받지 않고 허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20일 “모든 신약을 출시할 때 약심위가 필수인 것은 아니다”라며 “필요에 의해 약심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며, 이례적인 사안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