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가 관측한 태양 이미지. 태양 활동 극소기(왼쪽, 2019년 12월)와 극대기(오른쪽, 2024년 8월)를 비교할 수 있다. 극소기에는 태양에 흑점이 거의 없고, 극대기는 많다./NASA/SDO

2019년 5월만 해도 표면이 매끈하던 태양이 지금은 주근깨나 검버섯으로 보이는 얼룩투성이다. 표면에서는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11년 만에 태양 활동이 극대기로 접어든 것이다. 태양 활동 극대기서 고에너지 입자들이 뿜어져 나오면 인공위성이나 통신, 전력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하다.

미 항공우주국(NAS나사)과 국립해양대기청(NOAA), 국제태양주기예측패널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태양이 극대기에 도달했으며,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태양 주기는 태양 활동이 11년마다 극소기와 극대기를 반복하는 현상이다. 11년에 한 번씩 태양 주기가 극대기에 달할 때 태양의 자기극이 뒤집히는데, 지구라면 북극과 남극이 10년마다 자리를 바꾸는 것과 같다.

◇극대기 맞아 지구 곳곳에서 오로라 관측

NASA와 NOAA는 흑점(黑點)을 통해 태양 주기를 판단한다. 흑점은 태양 플레어나 코로나질량방출(CME) 같은 고에너지 입자 폭발 현상의 진원지로, 여기서 발생한 강력한 자기장이 열전달을 방해하는 탓에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인다. 태양 표면에 많은 흑점이 관측될 때를 태양 극대기라고 부르고, 흑점 수가 줄면 극소기라고 부른다. 올해는 1600년대 갈릴레오가 태양 흑점을 처음 관측한 이래 25번째 태양 주기로, 2019년 12월부터 시작했다.

NASA가 촬영한 태양. 극소기(왼쪽, 2019년 12월)와 극대기(오른쪽, 2024년 5월)를 비교할 수 있다. 극대기에는 흑점이 많아지고 표면에서 고에너지 입자 분출도 급증한다./NASA/SDO

극대기에 흑점이 많아지면 태양에서 나온 고에너지 입자들이 들이닥쳐 지구의 통신과 전력망, 항공기 운항시스템, 우주선 등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태양 주기의 변화를 관찰한다.

NASA의 우주기상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이미 페이버스(Jamie Favors)는 “태양 극대기에는 흑점의 수와 태양 활동량이 증가한다”며 “태양 활동의 증가는 가장 가까운 별뿐 아니라 지구와 태양계 전체에 실질적인 영향을 배울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태양 활동이 증가하면 좋고 나쁜 면이 다 있다. NASA에 따르면 최근 몇 달 동안 태양 활동이 늘면서 오로라가 보이는 곳이 늘었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불어온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 속 원자나 분자와 부딪히면서 빛을 발생하는 현상이다. 올해는 지난 500년 동안 기록된 오로라 중 가장 강력한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동시에 위성과 전력, 통신 인프라에 미치는 피해도 증가했다. 올 5월에는 대규모 태양 플레어와 코로나질량방출이 지구를 향해 고에너지 입자와 자기장 구름을 분출해 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자기 폭풍을 일으켰다.

뉴질랜드의 다채로운 오로라. /미 항공우주국(NASA)

◇태양 활동의 최정점 시기는 아직 몰라

NOAA의 우주기상 운영 책임자인 엘사예드 탈라트(Elsayed Talaat)는 “이번 발표가 지금이 극대기에서 태양 활동의 정점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며 “태양이 극대기에 도달했지만, 태양 활동이 최고조에 달하는 달은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확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 활동의 정점은 극대기에서 특정 시점 이후로 태양 활동이 감소하는 현상을 관측해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지난 2년간 태양 활동이 활발한 단계임을 확인했다. 태양 활동이 감소기에 접어들기 전에 극대기가 1년 정도 더 지속한다고 예상된다. 극대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양주기예측패널의 공동의장이자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수석과학자인 리사 업튼(Lisa Upton) 박사는 “이번 25번째 태양 주기는 흑점 활동이 예상을 약간 초과했다”며 “몇 차례 대형 태양 폭풍을 보긴 했지만 주기의 극대기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태양 주기 중 가장 강력한 플레어는 지난 3일에 발생한 X9.0이었다. X등급은 가장 강렬한 플레어를 나타낸다. NOAA는 현재 태양 극대기에 지자기 폭풍이 발생해 몇 달 동안 오로라를 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커 태양 탐사선이 태양에 근접하는 모습의 상상도. 파커는 태양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입자 흐름인 태양풍의 비밀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우주기상 예보능력이 높아지면 지구 인프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NASA

◇연말 태양 탐사선이 태양 최근접

올해는 태양 극대기일뿐 아니라 태양 활동을 연구할 최고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은 2018년 태양 활동을 관측할 탐사선 파커를 발사했다. 이름은 1958년 태양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흐름인 태양풍의 존재를 처음 예측한 시카고대의 유진 파커(Eugene Parker) 교수의 이름을 땄다.

파커는 오는 12월 620만㎞까지 최근접 비행을 할 계획이다. 그때 파커의 최고 속도가 시속 69만㎞에 이를 전망이다. 이때 지금까지 개발된 탐사선 중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우고, 태양에 가장 가까이 간 기록을 스스로 경신할 전망이다. 앞서 파커는 발사된 지 두 달 만에 태양에서 4230만㎞ 거리까지 비행했다. 이로써 1976년 발사된 헬리오스 2호 탐사선이 세운 태양 근접 기록 4340만㎞를 뛰어넘었다.

과학자들은 파커 탐사선이 그동안 태양풍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한 만큼, 태양에 최근접 비행하면 우주기상과 태양계 전반에 태양이 미치는 영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특히 우주기상 예측은 미국이 추진하는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도 중요하다. NASA는 우주 환경 조사는 우주 비행사의 방사선 노출을 줄이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파커 탐사선은 태양 활동을 추적해 아르테미스 우주선과 우주 비행사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지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