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개발한 사상 최대·최강의 우주선 ‘스타십’이 5번째 비행 만에 1단 추진체 회수에 성공했다. ‘수퍼 헤비’라 불리는 275톤(연료 제외) 무게의 1단 추진체는 고도 70km까지 올라갔다가 발사대로 정확히 귀환했다. 스타십은 화성 정착 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머스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개발 중인 우주선으로 사람 100명과 화물 100톤을 실을 수 있다. 발사 비용을 낮추기 위해 1단 추진체와 2단 우주선 모두 재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네 번의 시험 비행에서는 모두 폭발하거나 바다에 빠져 재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회수된 적이 없었다. 스타십의 재사용이 가능해지면 현재 1억달러(약 1355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 우주선 발사 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우주 탐사는 물론 개발·여행까지 다양한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래픽=김하경

스타십은 13일 오전 7시 25분(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 발사 시설 ‘스타베이스’ 발사대를 떠났다. 스타십은 71m 높이의 1단부 추진체 ‘수퍼 헤비’와 50m 높이의 2단부 ‘스타십 우주선’으로 구성돼 있다.

스타십은 발사 3분 후 고도 70km 지점에서 1단과 2단 분리에 성공했다. 2단 우주선은 저궤도 비행을 위해 고도를 더욱 높였다. 반면 1단 추진체 ‘수퍼 헤비’는 추진 엔진을 약하게 가동해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며 서서히 하강했다. 방향을 살짝 틀면서 발사탑 인근으로 접근해, ‘메카질라’로 불리는 발사탑의 거대한 로켓 팔에 안착했다.

아파트 23층 높이의 거대한 비행체 자세를 제어하는 데는 첨단 기술들이 총동원됐다. ‘수퍼 헤비’에는 엔진이 총 33개 탑재돼 있는데, 이 가운데 13개에는 수평 유지 장치인 ‘짐벌’이 달려 있다. 이 엔진 13개가 미세하게 추진력을 조절하며 수평을 잡는다. 정확한 착륙 위치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이 유도한다. 스페이스X는 이런 자세 제어 기술을 포함한 로켓 재사용 기술 개발을 2011년부터 해왔다.

1단 로켓이 무사히 착륙한 후 고도 210km 저궤도에 진입한 2단 스타십은 시속 2만6234㎞의 속도로 예정된 60여 분간의 비행을 순조롭게 마친 후 하강 속도 조절을 거쳐 인도양에 안착했다. 그 직후 2단 우주선은 폭발했으나 스페이스X 측은 “이번 시험 비행에서 2단부를 회수할 계획은 없었기 때문에 최선의 시나리오대로 시험 비행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이번에 회수된 1단 로켓이 다음 시험 비행 때도 활용될지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 측은 개발 초기부터 스타십을 재사용 가능한 우주선으로 개발해 향후 ‘우주 왕복선’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앞으로의 시험 비행에서는 1, 2단을 모두 재사용하는 기술을 선보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스타십의 1회 발사 비용이 1억달러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재사용이 가능해지면 5000만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