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를 이용한 뇌 질환 치료법./미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

뇌에 직접 전극을 심지 않아도 특정 부위를 자극해 치료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이 외부 자석만으로 뇌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앞으로 뇌 수술이 필요한 전기 자극술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은 전극을 이식하거나 유전자 변형을 하지 않고도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됐다.

심부뇌자극(DBS)은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특정 영역에 전기 자극을 줘 파킨슨병이나 강박장애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뇌 깊숙한 곳에 전극을 심는 시술은 수술이 힘들 뿐 아니라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 디스크는 지름이 약 250㎚(나노미터,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500의 1 수준의 크기다. 나노 디스크는 자기장에 반응하는 중심부와 압력을 받으면 전기를 만드는 압전 물질로 만들어진 껍데기로 구성했다. 체외에서 자석을 이용해 나노 디스크에 자기장을 가하면, 중심부의 모양이 바뀌면서 껍데기에 압력을 가하고, 결과적으로 전기 신호가 만들어진다.

논문 제1 저자인 김예지 MIT 박사후연구원은 “모든 신경 세포는 전기 신호에 반응한다”며 “자석을 이용해 전기적 자극을 전달할 수 있는 ‘자기-전기 나노 소재’를 개발한다면, 별도 전극이나 유전자 변형 없이도 뇌 자극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연구의 계기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나노 디스크가 섞인 용액을 쥐의 뇌 특정 부위에 주입했다. 그다음 체외에서 자석을 나노 디스크에 가까이 대자 뇌 부위에 작은 전기 충격이 발생했다. 이 방법으로 보상 감각과 관련된 뇌 영역인 복측 피개부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나노 디스크를 쥐의 뇌 한쪽 반구에 주입한 뒤, 자기장을 가해 건강한 쥐가 회전 운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운동 제어와 관련된 시상하핵을 자극해 회전을 유도한 것이다. 시상하핵은 파킨슨병을 관리하기 위해 전극을 이식하는 대표적인 부위다.

연구진은 “나노 디스크는 기존의 전극 이식과 비슷한 신경 활동을 일으킬 수 있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극 이식과 비교하면 부작용이 적어 뇌 심부를 안전하게 자극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나노 입자의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나노 디스크가 자기장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다른 기존 입자보다 1000배 컸지만, 전기 신호의 증폭 정도는 4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자기장에 대한 반응이 그대로 전기 신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인간에게 사용하기 위해 대규모 안전성 연구도 진행한다. 연구를 이끈 폴리나 아니케바 MIT 교수는 “개발한 나노 디스크가 특정 임상 상황에서 유용하다고 판단되면, 대형 동물 실험과 같은 더 큰 규모의 실험을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Nanotechnology(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4-017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