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정 포항공대(포스텍) 화학과 교수./포스텍

고분자 말단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한 박문정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교수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달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는 상이다.

이번 달 수상자는 박문정 포스텍 교수다. 박 교수는 고분자 말단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해 고분자 상전이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분자 합성은 작은 분자량을 가지는 기본 단위가 화학 결합을 통해 큰 단위체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고분자에서도 말단부는 1%도 되지 않아 그동안 학계에서도 분자 구조식을 작성할 때 말단부는 생략을 허용할 정도로 말단부에 대한 연구에 소홀했다. 말단부가 고분자의 열역학적 상전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계적 물성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제대로 따지지 않은 것이다.

박 교수는 고분자 말단 그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말단그룹 치환만으로 고분자 중심부의 나노구조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정립했다. 말단부를 간단하게 치환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고분자 구조를 유도할 수 있는 기술로 산업적으로 응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주목 받았다.

박 교수는 이 방법론을 이용해 상상과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블록공중합체 시스템에서 배관공의 악몽(Plumber΄s nightmare) 구조를 최초로 발견하기도 했다. 블록공중합체는 한 단량체의 블록이 다른 단량체의 블록과 연결된 고분자로 자체 조립이 가능해 반도체와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된다. 다만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열역학적 안정성이 떨어져 실제 제작은 어려웠다.

‘배관공의 악몽’ 구조는 고분자 사슬 말단이 모두 중앙에 모여 다른 나노 구조체와 차별화된 광학적‧기계적 특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실제로 구현은 어려워서 불가능의 영역으로 인식됐다.

박 교수는 고분자 사슬 말단그룹의 분자인력을 체계적으로 변화시켜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고분자 블록공중합체를 개발했고, 복잡네트워크 구조 구현 방법론을 정립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올해 1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도 게재됐다.

박 교수는 “교과서에 없던 주제에 빠져 7년 동안 한우물을 판 것이 성과를 보여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전고체 전지 등 에너지 소재로 쓰이는 전하수송 고분자 설계·합성 분야의 국제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