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가노이드 연구를 시작했을 때 창업까지는 생각 안 했는데, 기술을 상용화해서 환자들에게 제공하려면 직접 회사를 차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죠.”

경기도 판교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본사에서 유종만 대표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재생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판교 본사에서 만난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44) 대표는 창업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인공 장기다. 원래 신약의 효과 검증을 위해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직접 이식해 손상된 장기를 회복시키는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도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재생치료제 개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 사업을 한다.

새로운 환자 치료법으로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 대표의 이력과 관련이 깊다. 그는 의사 자격증을 가지고 기초 과학 연구에 집중했던 의사과학자 출신이다. 고려대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에서 바이오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밟다가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유 대표는 “석사 과정 중 신경과학 연구를 하면서 특히 알츠하이머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질병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의학적 배경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싶어 의전원을 거쳐 의사 자격증을 받았지만, 진료보다 실용적인 연구가 하고 싶어 기초의학교실의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유 대표는 차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전임 교수로 미생물학과 면역학 강의를 하면서 오가노이드 연구를 병행했다. 그는 “직접적으로 장기 재생을 유도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어 오가노이드에 집중하게 됐다”고 했다.

유 대표는 2018년 차바이오그룹의 지원을 통해 교원 창업 형태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를 창업했다. 현재 주 수입원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신소재 평가 사업이다. 동물 실험을 할 수 없는 화장품 회사나 인체 실험이 어려운 제약사 등의 의뢰가 많다. 회사는 신소재 평가 사업으로 키운 기초 체력으로 재생 치료제를 상용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분야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도 아직 발을 들이지 않은 신생 시장”이라며 “오가노이드 상용화를 위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