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이 27일 국회도서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KAIST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국회 강연을 통해 인공지능(AI)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중원을 삼등분한 계책이 천하삼분지계이다. 이 총장은 AI 기술에서도 한국이 미국, 중국과 별도로 자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장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하는 특별강연 연사로 나섰다. 이날 강연에는 국회 과방위 위원장인 최민희 의원과 여야 과방위 간사가 모두 참석했다.

‘21세기 필연 기술과 대한민국의 전략’을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이 총장은 인류 발전에 필연적이고 피할 수 없는 기술을 ‘필연 기술’로 정의하고, 21세기 필연 기술 중 하나로 ‘AI’를 꼽았다.

그는 AI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기술에서 한국이 자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현재 세계의 디지털 판도는 독자적 포털 보유 국가를 기준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이라며 “앞으로 독자 AI를 보유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우리는 AI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동남아와 아랍권 국가들과 연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며 “한국은 자본과 시장이 약하지만 연대를 통해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필연기술에서 뒤처지면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국민의 행복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며 “전통 사상과 국가 번영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상과 기술이 타협이 필요한데, 이러한 타협을 위한 장이 바로 국회”라며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연구비 1조원보다 법·제도를 개선해 연구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게 더 효과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이 총장은 내년 2월 임기가 끝난다. 연임에 도전할 지에 대해 이 총장은 “고민이 많다”며 답을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