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 아키히코 고베대 교수가 26일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공동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국과학기자협회

“최근 생물공학은 보건, 농업, 산업을 포함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생물공학 분야 시장은 최대 3조~4조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콘도 아키히코 고베대 교수는 2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 기조 강연에서 “바이오 혁명이라 불리는 생물공학 분야 성장의 중심에 바이오 파운드리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디지털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을 결합해 바이오 제품의 설계, 생산, 평가 과정을 자동화하고 고도화하는 시스템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분야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제조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를 생물공학에 적용한 것이 바이오 파운드리다. 한국 정부도 2025년부터 5년 동안 1263억원을 투자해 바이오 파운드리 인프라와 활용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콘도 교수는 일본에서 합성생물학과 바이오 파운드리 연구를 선도하는 과학자로 꼽힌다. 합성생물학이란 생명체의 유전자를 변형해 특정 물질의 생산에 최적화시키는 연구 분야이다. 바이오 파운드리는 합성생물학 성과를 구현할 생산 시스템이다. 한 국내 연구자는 “한국에 합성생물학의 대가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좌교수가 있다면, 일본에는 콘도 교수가 있다”고 비유했다.

이제 막 바이오 파운드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콘도 교수를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10년 전부터 바이오 파운드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의 엔지니어링 기업인 JGC와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고베에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바이오 물질 생산에 1700억엔(약 1조5000억원), 폐기물을 활용한 바이오 제조 프로젝트에는 3000억엔(약 2조7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콘도 교수는 “생물공학 분야에서 인프라를 갖추는 시간은 상당히 오래 걸린다”며 “미리 바이오 파운드리를 구축하면 연구 개발(R&D)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나면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얻은 표준화된 데이터들을 AI(인공지능)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파운드리는 인구 감소를 앞둔 전 세계에 꼭 필요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콘도 교수는 “R&D 분야 중에서도 생물공학 분야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인구 감소로 연구 인력도 줄어들고 있다”며 “바이오 파운드리는 반복적인 실험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 전략”이라고 말했다.

콘도 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원하는 물질을 빠르게 생산하는 세포인 ‘스마트 셀’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세포의 유전자를 설계하고, 10만개 이상의 염기로 구성된 DNA를 합성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콘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바이오 파운드리를 활용하면 식물의 조직 성분인 ‘리그노셀룰로오스’와 이산화탄소로 필요한 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콘도 교수는 직접 바이오 기업도 설립해 개발한 기술의 상용화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얼룩말 기업을 지향한다고 했다. 얼룩말 기업은 이윤 극대화에 집중하는 기존 스타트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등장한 윤리적이고 포용적인 기업을 뜻하는 말로, 사회적 기업인들이 2017년 ‘얼룩말 동맹(zebra unite)’ 창립을 선포한 것에서 유래했다.

콘도 교수는 “기술 상업화 과정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은 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며 “바이오 파운드리 기술을 바탕으로 이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얼룩말 스타일의 기업을 확립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