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다난다 판다 미국 소크 연구소 교수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과학기자협회

“전 세계적으로 비만이 유행하면서 대사증후군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당뇨병이나 암, 치매와 같은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사치다난다 판다 미국 소크 연구소 교수는 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시간 제한 식사법’이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포함한 여러 만성 질환을 개선하는 세계적인 건강 관리 전략으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판다 교수는 한국에서 흔히 ‘간헐적 단식’으로 알려진 시간 제한 식사법의 개념을 발견한 세계적인 연구자다. 2013년 한국에서 간헐적 단식이 유행했을 때 대표 연구자로도 소개됐다. 시간 제한 식사법은 하루의 에너지 섭취를 하루 중 8시간에서 1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식이 요법이다.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나 종류를 바꾸지 않고 섭취 시간만 조절한다.

판다 교수는 “시간 제한 식사법이 신체 내 특정 조직의 단백질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통해 각 조직이 자연스러운 리듬을 유지하고, 신진대사 기능이 최적화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쥐 실험 결과, 비만을 일으키는 고지방 식단을 먹더라도 시간 제한 식사법을 적용하면 지방 축적이나 이상지질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지방간, 동맥경화,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같은 대사 질환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인체 실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판다 교수는 “다양한 연구소와 협업 연구를 통해 대사 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우울증, 코로나 후유증(롱코비드) 환자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 유방암 환자들에게서 시간 제한 식사법의 효과를 확인했다”며 “소방관과 같이 교대 근무를 하며 일주기 리듬이 흐트러지는 경우에도 시간 제한 식사법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사 질환을 넘어 암과 치매까지 같은 방법으로 관리할 수 있다. 판다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들을 보면 시간 제한 식사법은 치매와 특정 암의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최근 유전체 분석 연구를 통해 시간 제한 식사법의 효과를 설명하는 원리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고 했다.

시간 제한 식사법은 다이어트의 부작용도 해결할 수도 있다. 판다 교수는 “열량 섭취를 제한하는 경우 감염에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시간 제한 식사법은 그런 부작용이 적다”며 “위고비나 삭센다와 같은 비만 치료제의 경우 끊으면 다시 체중이 돌아오거나 일부 부작용이 심한데, 시간 제한 식사법을 병행하면 비만 치료제의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판다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시간 제한 식사법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 제한 식사법은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시행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며 “다양한 질병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인구 수준의 개입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