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주립대와 독일 프리드리히-뢰플러 연구소 연구진이 젖소들 사이에서 H5N1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주로 전파되는 경로는 젖을 짜는 착유 절차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페탈루마의 한 낙농장./AFP 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주와 캔자스주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독감)에 감염된 젖소가 처음 보고됐다. 이후 조류 인플루엔자는 13개 주로 확산되면서 젖소를 통한 인체 감염 사례까지 발생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어떻게 젖소 사이에서 퍼진 걸까.

미국 캔자스주립대와 독일 프리드리히-뢰플러 연구소 연구진은 젖소들 사이에서 H5N1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주로 전파되는 경로로 젖을 짜는 착유 절차를 지목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6일 게재됐다.

H5N1은 주로 조류에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A)과 뉴라미니디아제(NA)가 각각 5형, 1형이다. HA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열쇠 역할을 하며, NA는 증식 후 인체 세포를 뚫고 나오게 해준다. 바이러스는 숙주를 여럿 감염시키며 두 단백질의 형태를 바꾸는 쪽으로 진화한다.

연구진은 올해 봄 미국에서 고병원성 H5N1 조류 인플루엔자가 젖소에게서 처음 발견된 후 그 원인을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 먼저 미국에서 유행하는 H5N1 바이러스의 한 종류(H5N1 클레이드 2.3.4.4b)를 송아지 9마리와 수유 중인 젖소 3마리에게 감염시켰다. 추가로 다른 젖소 3마리에는 유럽에서 유행하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 euDG)를 접종했다.

송아지의 경우 증상이 경미했고, 바이러스는 다른 송아지에게 퍼지지 않았다. 반면 감염된 수유 중인 젖소는 발열과 유방염, 우유 생산량 급감과 같은 심각한 감염 증상을 보였다.

송아지와 젖소 체내에서 바이러스의 이동을 살핀 결과, 젖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전신 감염이나 코를 통한 바이러스 배출은 관찰되지 않았다. 호흡기 전파보다는 젖과 착유 절차가 젖소들 사이에서 H5N1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주요 경로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H5N1 바이러스가 젖소 농장에서 어떻게 전파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며 “착유 과정이 전염 경로일 가능성이 있으나 더 자세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보건 당국은 감염된 젖소의 원유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을 보고 젖을 만들고 분비하는 젖샘의 감염과 오염된 착유 장비가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주요 원인이라 추정했다. 이번 연구로 젖소 사이에서 빠르게 H5N1 바이러스가 퍼지는 이유가 착유 과정이라는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착유 과정은 젖소에서 다른 동물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주요 경로이기도 하다.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와 일본 도쿄대, 시즈오카대 공동 연구진은 지난 7월 젖소에서 다른 포유류로 H5N1 바이러스가 퍼지는 경로를 밝혔다. 감염된 젖소에서 나온 원유를 포유류 동물이 먹고, 이후 비강을 통해 바이러스가 몸 전체로 퍼진 뒤 다시 젖샘을 통해 집단의 다른 개체로 확산됐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8063-y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7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