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전남 해남군 문내면 일대가 침수돼 소방 당국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전남소방본부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지난 사흘간 폭우가 내려 경북 등 6개 시도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경남에서는 이틀간 최대 5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22일 오전 6시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국민 안전관리 일일상황에 따르면 20일부터 내린 호우·강풍·풍랑으로 인해 7개 시도 46개 시군구에서 1014대 1501명이 주거지에서 대피했다. 이 중 455세대 682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했다. 경남이 260세대 374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 130세대 196명, 부산 24세대 50명, 전남 31세대 47명 등 순이다.

이번 호우로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에서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공공시설에서는 도로침수 107건, 토사유출 21건, 옹벽붕괴 1건 등 162건의 피해가 있었고, 사유시설에서는 주택침수 170건 등 231건의 피해가 보고됐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소방은 3828건에 달하는 배수 지원·안전조치 등 소방활동을 벌였다. 인명 44명을 구했다.

특히 경남에는 최대 529㎜가 내리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자정부터 21일 오후 10시까지 경남지역에 평균 287㎜가 쏟아졌다. 창원시가 529㎜로 가장 많았고 김해시 426.7㎜, 고성군 417㎜, 사천시 403.3㎜ 순이었다.

여러 지역이 역대 일 최다 강수량을 갱신하기도 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21일 경남 창원(397.7㎜)은 1985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일 강수량을 기록했다. 김해(368.7㎜), 거제(348.2㎜), 양산(336.0㎜)도 기록을 바꿨다.

21일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는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땅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사고로 도로에서 배수 지원을 하던 부산소방본부 배수 차량이 싱크홀에 빠졌고, 지나가던 5t 트럭도 이 구멍 속에 빠졌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경남 창원에서는 밤 10시쯤 4층 빌라 3~5동 뒤편 길에서 50m 옹벽이 무너지며 건물에 닿았다. 추가 붕괴 위험으로 인해 주민 30세대 54명이 대피했다.

같은 날 전남 장흥에서는 8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10대와 인력 50명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