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추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Cancer Moonshot)’의 프로젝트를 이끈다.
13일 과학계에 따르면, 황태현 미국 메이오 클리닉의 플로리다 보건부 암 석좌 교수와 텍사스 의대 암센터, 펜실베이니아대 공동 연구진이 캔서문샷 프로젝트의 위암 연구를 주도한다. 캔서문샷 프로젝트 책임자로 한국인 연구자가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캔서문샷은 바이든 대통령이 암 연구와 치료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2016년 출범한 국가적 프로젝트다. 케네디 대통령이 국력을 총동원해 단기간에 달로 인간을 보내는 데 성공한 것처럼, 국가 연구개발 역량을 한 데 모아 암을 정복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예산만 총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암 사망률은 25년 이내에 50%로 줄이고, 개인화된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 중 위암 연구는 위암의 전암 상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기반의 3차원 종양 모델링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위암의 복잡한 메커니즘과 진화 정보를 관찰하고, 일종의 지도를 만드는 ‘다차원적 진화 3차원 지도 센터(GAME3D)’를 이끌고 있다.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해 종양의 변화를 예측하고, 환자 상태에 맞춘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연구 규모는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황태현 교수는 세계 최초로 AI 기반의 3차원, 4차원 종양 분자 모델링을 도입해 종양의 구조나 분자적 복잡성을 분석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해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를 이용하면 종양 미세환경을 분석해 맞춤형 암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
황 교수는 “미국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위암 연구가 적었는데, GAME3D 프로젝트는 위암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며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와 환자 유래 조직을 사용해 새로운 치료법을 검증하고, 약물 스크리닝(탐색)을 통해 기존 치료법의 효과를 개선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GAME3D 프로젝트에는 한국 기업인 토모큐브와 바이오액츠의 기술이 쓰이고 있다. 토모큐브의 홀로토모그래피는 살아있는 세포의 3차원 구조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기술이며, 바이오액츠의 기술은 종양 내 단백질 네트워크를 분석한다. 두 기술을 동시에 사용하면 암세포나 조직의 3차원 이미징이나 단백질 분석을 보다 정밀하게 할 수 있다.
토모큐브 대표인 박용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이날 “이전에는 암 조직을 얇게 잘라서 2차원으로 관찰하다 보니 실제 암 조직과 주변 상황을 살피기 어려웠다”며 “홀로토모그래피를 사용해 3차원 형태의 암을 그대로 관찰해 특성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캔서문샷 프로젝트 연구진은 토모큐브의 기술로 초기 결과를 얻은 뒤,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구매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과 2026년에 걸쳐 14억4800만달러(약 1조9000억원)의 의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캔서문샷 프로젝트는 더 가속화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이번 프로젝트는 암 치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전 세계 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