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에 붙인 투명 태양전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선보였다. 스마트폰보다 무거운 보조 배터리를 갖고 다닐 필요 없이 태양광이나 실내 전등만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가 나온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서관용 교수 연구진이 유리처럼 투명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높은 효율을 지닌 투명 태양전지와 모듈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스마트폰에 투명 태양전지를 올려놓고 충전 여부를 확인하는 장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은 투명 태양전지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리처럼 투명한 태양전지를 구현하기 위해 금속 와이어를 사용하지 않고, 소자 간 간격을 없앤 기술을 개발했다. 또 태양전지의 모든 구성 요소를 후면에 배치하는 ‘후면 전극형’ 디자인을 도입해 무색 투명성을 확보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16㎠ 크기의 투명 태양전지 모듈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발전 효율도 14.7%로 높아 기존 태양전지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소형 모바일 기기 화면을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박정환 UNIST 박사후연구원과 이강민 연구조교수는 “새로운 소자 구조를 설계해 기존 태양전지 모듈화 방식의 문제를 해결했다”며 “건물과 자동차 유리, 소형 전자 기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투명 태양전지를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서관용 교수는 “투명 태양전지가 친환경 미래 에너지 산업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도록 상용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9년 서 교수는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한 미세 구멍을 만드는 방식으로 빛을 통과하도록 한 투명 실리콘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투명 태양전지는 고층 빌딩 외벽 유리창과 자동차 창문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어 에너지 전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재료연구원은 지난해 다양한 반사색을 나타내면서도 태양전지 효율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유연 기판 투명 박막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산화아연 박막을 증착하고 주기적인 수소 반응으로 굴절률이 다른 다층 박막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태양전지 소자가 흡수하는 가시광 영역의 반사 손실을 최소화했다. 낮은 비용으로 투명 박막 태양전지의 다양한 색상과 높은 효율을 구현해 이미지 센서와 적외선 차폐 등에 적용될 길을 연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도 투명 태양전지를 선루프에 시험 적용하는 등 상용화를 위한 시도들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