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다코타 주에 위치한 한 옥수수 농장의 모습. 미국은 유전자 교정 작물(GEO)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상업 재배도 가능한 나라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우수한 품종의 종자를 개발하고도 국내 사업이 불가능해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재배가 불가능해 해외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유전자 교정 작물(GEO)을 유전자 변형 작물(GMO)과 분리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다는 소식에 바이오 업계는 ‘가뭄에 단 비’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유전자 교정 작물의 정의를 신설하고 유전자 변형 작물과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식으로 유전자 교정 작물의 산업화를 지원하는 ‘LMO(유전자변형생물체)법’ 개정안을 이 주 중 발의할 예정이다.

5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교정 작물을 연구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해외 기업과 비교해 기술 경쟁력이 높은데도 규제에 가로 막혀 사업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내수 시장이 마련돼 기술 수출이나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지플러스생명과학의 최성화 대표(서울대 교수)는 “유전자 교정 작물 기업들은 지금까지 우수한 종자를 개발하더라도 국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 해외 기업과 손잡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였다”며 “해외 기업에서는 국내 매출 자료를 요구하는 데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것조차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비타민D 토마토를 개발해 글로벌 종자기업 바이엘과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최 대표는 “이미 세계적으로는 유전자 교정 작물을 유전자 변형 작물과 다르게 보는 것이 추세였지만, 한국은 한참 뒤처져 있다”며 “기술 산업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따르는 다른 분야와 달리 종자 산업에서는 한국만 과도한 규제로 기반은 씨가 마른 상태”라고 말했다.

툴젠(199800)은 유전자 교정 작물 개발에 필수적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콩, 옥수수, 감자를 비롯한 다양한 신품종 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툴젠 역시 고부가가치의 신품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나, 국내 사업화가 불가능해 미국, 캐나다 같은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지학 툴젠 종자사업본부장은 “한국은 반도체, 방산, 디스플레이 같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며 “농업 기술은 그동안 등한시됐으나, 앞으로 산업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 한국의 식품 산업도 우리 땅에서 재배한 작물을 이용하면 부가가치가 더 큰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며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량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종자협회(ISF)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국 중 유전자 교정 작물을 유전자 변형 작물로 보는 국가는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다. 미국, 일본은 이미 별도의 규제안을 마련해 유전자 교정 작물의 산업화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전자 교정 작물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환경 문제에 가장 보수적인 뉴질랜드도 내년까지 규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월 보고서에서 “한국도 국제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 방향을 빠르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5년간 종자 연구개발(R&D) 연구에 투자한 1028억원 중 15.2%가 유전자가위 기술에 투입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