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치료로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경생물학 연구를 통해 침 치료가 어떤 효과가 있는 지 알아냈다. 앞으로 파킨슨병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박히준 경희대 교수와 남민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침 치료가 도파민 분비세포를 보호해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5일 밝혔다.
남민호 선임연구원은 “침 치료에 의해 활성화되는 신경활동으로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세계 최초로 침 치료의 분자, 세포, 회로 수준의 원리를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근육의 무의식적인 운동을 담당하는 뇌 도파민 신경세포가 줄어들면서 손발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무거워지는 등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근본적인 완치법은 아직 없다. 파킨슨병 환자는 세계 전역에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의학자들은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장애 증상을 완화하는 데 침 치료를 추천한다. 침 치료는 무릎 아래 뼈에 있는 ‘양릉천’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침 치료가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는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양릉천 자극의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에 걸린 생쥐에게 침 치료를 한 후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실험 결과, 침으로 양릉천을 자극하자 뇌 시상하부에서 ‘멜라닌응집호르몬(MCH)’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상하부는 신체의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핵심 기관이면서, 몸을 움직일 때 필요한 신경 신호가 거쳐가는 부위다.
연구진은 멜라닌응집호르몬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두 부류로 나뉘며, 각각 중뇌 흑질과 해마로의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중뇌 흑질에 영향을 주는 멜라닌응집호르몬 분비 세포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파민은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도파민 신경세포의 감소로 도파민 분비가 감소하면 파킨슨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침 치료뿐 아니라 약물을 사용해 멜라닌응집호르몬 신경세포를 활성화했을 때도 파킨슨병 증상이 완화된다는 것도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히준 교수는 “한의학 전통이론인 침 치료의 다기능 조절 원리를 최신 신경과학적 연구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파킨슨병의 운동과 비운동증상 동시조절을 위한 새로운 표적도 찾아낸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지난달 9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Science, DOI: https://doi.org/10.1002/advs.202403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