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진이 지각 내부에서 금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밝혀냈다. 사진은 자연에서 발견된 금 덩어리 모습./REUTERS

땅속에서 나오는 거대한 금 덩어리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형성 과정이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지각에 있는 열수(熱水) 유체에 함유된 금이 어떤 계기로 덩어리를 이룰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 금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도화선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금 덩어리를 만드는 지구의 연금술 비밀을 풀어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모나쉬대, 라트로브대,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시드니 국립중성자산란연구센터 공동 연구팀은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지각에 널리 분포하는 광물인 석영에서 나오는 전기가 그 해답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석영은 규소나 이산화규소로 주로 구성된 광물로 지각에 널리 분포해 있다. 석영은 광물로는 유일하게 결정의 중심이 대칭을 이루지 않는다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결정이 지진 활동으로 압력을 받으면 내부의 전자기 구성이 바뀌면서 전기를 만든다. 압력 변화로 전기가 만들어지는 압전(壓電) 현상이다.

지각 내부에는 금을 함유한 뜨거운 액체인 열수 유체가 흐르고 있는데, 지진 활동으로 이 열수 유체가 지각 가까이 올라올 때가 있다. 이 때 석영에서 압전 현상이 발생하면 유체 속 금 입자가 전기에 반응해 석영에 달라붙는다. 한 번 순금 덩어리가 만들어지면 순금 자체가 전도체 역할을 해서 더 많은 금 입자를 끌어당기는 식으로 덩어리가 커진다.

모나쉬대의 크리스 보이시 교수는 “금은 전도체이기 때문에 용액에 있는 금이 기존 금 위에 계속해서 들러붙는 경향이 있다”며 “마치 피뢰침처럼 더 많은 금을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지각 내부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서 실제로 금이 만들어지는지 확인했다. 금이 함유된 용액에 석영 결정을 넣고 구동기로 압력을 가했다. 인위적으로 지진 활동 같은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이런 압력을 가하지 않은 샘플에서는 금 입자가 석영에 모이지 않았지만, 압력을 가한 샘플에서는 금 입자가 석영에 모이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이런 과정이 쉽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연구팀은 10㎏의 금 덩어리를 만들려면 올림픽 수영장 5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의 열수 유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압전 효과가 금 덩어리를 만드는 유일한 요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더 있는지 추가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카디프대학의 지질학자 토마스 블렌킨솝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지만, 실제 금 매장지에서 압전 효과가 금 덩어리를 만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고 자료

Nature Geoscience(2024), DOI : https://doi.org/10.1038/s41561-024-015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