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참치에 들어있는 수은을 초고민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참치 같은 대형 어류는 먹이사슬 상위에 있어 바다로 유입된 수은이 많이 축적된다. 수은을 정확하게 검출한다면 식품을 통해 인체가 수은에 중독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진성 성균관대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교수 연구진은 나성수 고려대 교수, 류준석 금오공대 교수 연구진과 공동으로 참치 속 수은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국제 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온라인판에 실렸다.
지금까지 식품에 들어있는 수은을 정확히 검출하려면 DNA 염기서열을 사용했다. 수은 이온과 잘 결합한다고 알려진 티민(T) 염기로 DNA 염기서열을 구성하고, 시료와 반응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면 시료 속 수은 이온이 DNA와 결합하는데, 여기서 빛이 산란되는 정도로 수은 이온과의 결합량을 측정한다. 하지만 수은이 DNA와 결합하면 주변 DNA의 반발력이 크게 작용해 수은 이온과의 결합 효율이 떨어졌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수은 이온과 결합하는 최적의 DNA 염기서열을 찾았다. 동시에 이중 커피링 효과를 적용해 센서의 민감도를 크게 높였다. 커피링 효과는 커피를 테이블에 흘리면 가장자리에 커피가루가 진하게 남는 것처럼 입자들이 가장자리에 농축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이용하면 수은 이온과 DNA가 센서의 가장자리로 농축돼 결합 효율이 더 높아졌다.
또 연구진은 DNA와 수은 이온 결합체에서 나오는 신호 세기를 높이기 위해 ‘표면증강라만산란(SERS)’을 적용했다. SERS는 금속나노구조 표면 가까이에 분자가 존재할 경우, 그 분자의 광학적 신호가 증가하는 특성을 말한다. 연구진은 두 가지 금속으로 이뤄진 나노 기둥에 DNA를 고정해 신호를 극대화했다.
최적화된 센서를 이용해 증류수에서는 극저농도인 208.7fM(펨토몰라, 1000조 분의 1M) 농도까지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수돗물과 식수에서는 각각 553.2fM, 950.2fM까지 검출했다. 참치통조림과 참치회 추출물에서는 각각 수은 9.9nM(나노몰라, 10억분의 1M), 79.1nM를 검출했다.
박진성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DNA 서열 최적화와 커피링 농축 기술을 결합한 고민감도 SERS 센서의 원천 기술을 제시했다”며 “독성 물질 검출뿐만 아니라, DNA 기반 바이오센서와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임신부가 참치·연어 같은 큰 생선을 일주일에 100g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임신부라도 일반어류와 참치통조림을 먹으면 일주일에 400g 섭취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통조림에 들어있는 참치 살코기는 수은 함유량이 적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2024), DOI: https://doi.org/10.1016/j.bios.2024.116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