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인류 최초의 우주 충돌 실험으로 소행성의 나이를 알아냈다. 우주선이 충돌한 소행성과 모(母)소행성으로 이뤄진 ‘쌍(雙)소행성계’의 기원과 형성 과정을 밝히는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리비에 바르누인(Olivier Barnouin)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 교수 연구진은 “다트(DART) 무인 우주선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와 디디모스(Didymos)의 연대기를 알아냈다”고 3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과 독일·프랑스·스페인·스위스·핀란드·벨기에·이탈리아·일본·우루과이·체코 연구진이 참여했다.
다트는 ‘쌍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이란 의미의 영문 약자다. 나사는 지구를 위협하는 천체를 우주선으로 밀어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22년 9월 27일 지구와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다트를 소행성 디모르포스와 충돌시켰다. 디모르포스는 길이 약 160m 정도로, 길이 780m인 소행성 디디모스 주위를 돈다. 당시 다트는 시속 2만4000㎞라는 엄청난 속도로 디모르포스와 충돌했다. 이 충돌로 디모르포스 공전 주기가 32분 단축돼 소행성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탈리아 큐브위성 ‘리차큐브(LICIACube)’는 당시 다트와 소행성의 충돌 모습을 촬영했다. 연구진은 다트의 데이터와 리차큐브의 촬영 영상으로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의 표면 특성을 분석했다. 더 큰 소행성인 디디모스 고지대에는 10~160m 크기의 바위와 충돌 흔적이 많았고, 저지대에는 바위와 충돌구가 적고 표면이 매끄러웠다. 반면 디모르포스에서는 바위와 충돌구, 균열, 단층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에서 떨어져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디디모스에서 분리된 물질들이 뭉쳐지면서 디모르포스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추정한 디모르포스의 형성 시기는 30만년 전이다. 디디모스는 디모르포스보다 1250만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에서 많은 나라 연구진이 두 소행성의 나이를 밝히기 위해 협업했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 연구소(INAF)는 두 소행성의 표면을 분석해 디모르포스의 바위들이 여러 단계에 걸쳐 형성됐고, 디디모스로부터 물질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프랑스 툴루즈대 연구팀은 표면의 하중을 받치는 디디모스의 지지력이 지구나 달 토양보다 최소 1000배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이토카와와 류구, 베누 같은 다른 소행성과 표면을 비교해 바위 형태가 매우 비슷하다는 점도 찾아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소행성들의 기원과 형성, 진화 과정을 밝히는 단서가 된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우주국(ESA)이 소행성 탐사를 위해 오는 10월 발사하는 탐사선 ‘헤라(Hera)’의 임무를 자세히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헤라는 다트가 충돌한 디모르포스에 근접해 장기간 관측하는 임무를 맡을 예정이다.
바르누인 교수는 “다트가 디모르포스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데이터는 지구 근처 쌍소행성계를 지질학적으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며 “이미지만으로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의 지구물리적 특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유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0146-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