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걸린 올림픽 오륜./로이터 연합뉴스

27일 개막한 2024 파리올림픽은 인공지능(AI)이 전면에서 활약하는 첫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선수 훈련과 심판에서 부터, 방송 중계, 보안까지 파리 올림픽 곳곳에 AI가 도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올림픽 128년 역사 중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대회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AI 어젠다’도 발표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며 “AI의 잠재력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코치가 된 AI, 미래 올림픽 선수도 스카우트

IOC에 따르면 올림픽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사례는 180개가 넘는다. 지난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경기력 향상에 쓰이는 AI라고 밝혔다.

올림픽은 늘 과학기술과 함께 발전했다. 파리에서 올림픽이 처음 개최된 1900년 초, 프랑스 과학자 에티엔 쥘 마레이(Étienne-Jules Marey)는 고속 촬영 카메라로 단거리 선수와 멀리뛰기 선수를 촬영했다. 1901년 네이처지는 논평에서 “에티엔 쥘 마레이가 생체 역학을 분석해 특정 선수가 보인 월등한 경기력의 비밀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스마트폰만으로도 100년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미국 인텔이 개발한 3차원 선수 추적(3DAT) 기술은 AI로 인체의 21개 주요 지점을 추적한다. 그리고 신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재현해 분석한다. 선수나 코치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최적의 자세를 찾을 수 있다.

AI는 코치들이 저개발 국가에서 재능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데 도움을 줘 스포츠의 공평성을 높일 수도 있다. 지난 3월 IOC는 3DAT를 활용해 올림픽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세네갈의 어린이 40여 명을 발굴하는 스카우트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심판의 판정 과정에서도 AI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축구를 포함한 일부 스포츠에서는 경기장 주변의 카메라와 공에 이식한 칩으로 판정에 참고할 만한 데이터를 얻는다. 파울과 같은 행동을 판단해 논란이 될 수 있는 판정을 최소화하고 경기의 공정성도 높인다.

그렇다고 AI가 인간 심판을 없애지는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개럿 비티(Garrett Beatty) 미국 플로리다대 응용생리학 및 운동학 교수는 대학 뉴스에서 “골라인처럼 명확한 기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AI에 맡기고, 예술적인 요소를 판단할 때는 인간의 판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5월 2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AI 어젠다를 발표하는 모습./IOC

◇개인 맞춤형 경기 요약도 제공

파리올림픽은 챗GPT 같은 대화형 AI가 도입된 첫 올림픽이다. IOC는 인텔과 함께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가이드라인과 절차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대화형 AI인 Athlete365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인텔 연구소의 올림픽 AI 혁신 프로그램 책임자인 토드 하플(Todd Harple)은 네이처에 “수천 개의 정보 페이지를 매우 빠르게 검색할 수 있으며, 24시간 연중무휴로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도 올림픽 중계에 대화형 AI를 도입했다. 지난주 구글은 미국 대표팀의 공식 검색 AI 파트너로 선정됐다. 미국 NBC 유니버설은 파리올림픽을 독점 중계한다. NBC 경기 해설자는 방송 도중 구글의 대화형 AI인 제미니를 활용해 스포츠에 대한 질문에 답할 예정이다.

AI가 올림픽 중계 방송에 도입되면서 개인 맞춤형 방송도 가능해졌다. 인텔은 AI 플랫폼을 사용해 관중이나 시청자 개개인에 맞춘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나 팀의 주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인텔 연구소의 하플은 네이처지에 “누군가 나이지리아 남자 농구팀의 모든 3점슛을 보고 싶어 한다면 AI가 모든 영상을 살펴보고 자동으로 조합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반의 해설과 경기 분석은 이해도를 높인다.

NBC 유니버설은 구글과 계약 전에 AI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방송을 발표했다. ‘일일 올림픽 요약’은 전설적인 스포츠 캐스터인 알 마이클스(Al Michael)의 목소리로 사용자가 좋아하는 종목에 대한 요약 정보와 해설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선호 사항을 설정한 후 올림픽 기간 동안 매일 NBC의 스트리밍 앱 피콕(Peacock)을 통해 개인화된 요약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문제는 대화형 AI인 챗봇이 가짜 정보를 만들어 전달하기 쉽다는 점이다. 구글의 제미니가 제공하는 답변은 방송팀이 직접 질문을 조사했을 때보다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이 대회 정보를 알아보는 인텔의 챗봇도 마찬가지이다.

파리올림픽 미국 독점 중계사인 NBC는 AI로 만든 ‘일일 올림픽 요약’에서 전설적인 스포츠 캐스터인 알 마이클스(Al Michael)의 목소리로 사용자가 좋아하는 종목에 대한 요약 정보와 해설을 제공한다./NBC유니버셜

◇AI의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우려도

파리 올림픽은 보안이나 안전 관리에도 AI를 활용한다. AI 기반 카메라는 대규모 인파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의심스러운 짐이나 교통 법규 위반과 같은 비정상적인 활동을 감지한다. 선수와 관객 모두 안전한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IOC는 AI 기술을 활용해 선수나 관계자들에 대한 온라인 학대를 막겠다고 밝혔다. 수천 개에 달하는 선수나 관계자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모니터링하고 위협적인 내용을 미리 지우겠다는 계획이다.

27일 미국 경제지 포천은 올림픽 안전을 위해 AI가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문제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올해 초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에서 위험 요인을 감지하는 데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법이 허용한 것은 안면 인식에 기반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 중은 물론 전후에 AI 비디오 감시를 허용한 법 개정안 7조는 논란을 일으켰다. 사람들은 이 조항이 생체 인식 정보 처리를 금지하고 시민에게 개인 정보를 삭제할 권리를 부여하는 유럽연합(EU)의 데이터 보호법인 GDPR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개인 정보 보호 연구자들은 올림픽 같은 대규모 행사에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민간 보안 기업이 프랑스 전역의 카메라 수천 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을 위해 특별히 법을 변경했지만, 이 조항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AI 보안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4-02427-0

University of Florida News, https://news.ufl.edu/2024/07/ai-olympics/

Paris 2024 Olympics, https://olympics.com/athlete365/articles/fromtheioc/olympic-ai-agenda-how-can-ai-benefit-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