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녹는 속도 빨라진 그린란드 빙하./로이터 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 자전 속도가 바뀌고 있다. 국제 연구진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해서 늘면 이번 세기(世紀) 말에는 하루 길이가 지금보다 더 빨리 길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캐나다 앨버타대 공동 연구진이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하루의 길이가 전례 없는 속도로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6일 게재됐다.

하루 길이는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8만 6400초(24시간, 1440분)에서 조금씩 바뀐다. 하루 길이가 달라지는 원인은 달의 조석 마찰이다. 회전하는 물체가 마찰을 받으면 천천히 멈추듯 달에 중력에 의해 바닷물 높이가 달라지는 조수가 일어나면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진다. 지난 수천 년 동안 하루의 길이는 달의 중력에 의해 세기당 2.40±0.01㎳(밀리초, 1000분의 1초) 정도 길어졌다.

연구진은 1900년 이후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하루 길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 20년 동안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의 질량 분포가 전례 없는 속도로 변했다. 지구는 적도 부근이 약간 부풀어 오른 타원체인데, 극지방에서 적도로 질량이 이동하면서 적도 반지름이 약간 더 커진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 세기보다 변화가 매우 빠르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빙판 위에서 회전하는 피켜 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가슴에 모으면 속도가 빨라지고 옆으로 뻗으면 회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같다. 속도가 느려지면 하루의 길이도 미세하게 길어진다. 20세기 동안은 해수면 변동으로 하루 길이가 세기당 0.3~1.0㎳ 늘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는 1.33±0.03㎳까지 증가 폭이 늘었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증가해 온난화가 빨라지면, 21세기 말까지 하루 길이가 세기당 2.62±0.79㎳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달의 조석 마찰이 미치는 영향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현대의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행성 규모의 영향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얼마나 긴급하게 행동해야 하는지 시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스크립스 해양학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빨리 녹아 해수와 지구 질량 분포에 영향을 미쳐 지구 자전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국제 공동 연구진은 그 영향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지구의 하루 길이가 길어지면서 윤초 적용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초는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협정시(UTC)와 지구 자전, 공전에 따른 태양시 사이의 오차를 맞추기 위해 협정시에 더하거나 빼는 1초를 말한다. 1972년 처음 도입된 이후 2016년까지 27차례 시행했으며, 모두 1초를 더했다.

당초 과학자들은 지구 내핵의 회전이 느려지면서 내부 상호작용으로 자전 속도가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고 2026년에 1초를 빼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라는 변수로 예상보다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2029년에 윤초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덩컨 애그뉴 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 교수는 당시 “지구 온난화는 이미 지구 시간 측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1초를 빼는 ‘음의 윤초’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https://doi.org/10.1073/pnas.2406930121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