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진이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 묻혀있던 털매머드 피부 화석에서 완전한 유전 정보를 찾아냈다./베스 자이켄, 고유전학 센터

국제 공동 연구진이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 묻혀있던 털매머드 피부 화석에서 완전한 유전 정보를 찾아냈다. 매머드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 알려진 아시아코끼리와의 유전적 차이를 확인해 매머드 복원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레즈 리버먼 에이든 미국 베일러 의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2018년 발견된 털매머드 암컷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12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털매머드 귀 뒤 피부에서 온전히 보존된 염색체 화석을 발견했다. 염색체는 긴 가닥의 DNA와 단백질이 압축된 구조체로, 특정 염료에 잘 염색돼 ‘염색’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동결 건조 상태인 화석에는 염색체 DNA의 3차원 구조가 ㎚(나노미터, 10억분의 1m) 단위까지 보존돼 있었다.

염색체 화석에서 찾은 DNA는 기존 화석에서 발견된 것보다 100만 배 이상 길었다. 고대 표본은 대부분 DNA가 분해돼 조각난 형태로 발견됐다. DNA를 이루는 염기쌍 수가 100개 미만으로 전체 유전 정보를 얻기에는 무리였다.

에이든 교수는 “피부가 육포와 비슷하게 동결 건조되면서 DNA가 유리와 비슷한 상태로 보존됐다”며 “수만 년 동안 DNA가 거의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DNA가 끊긴 부분은 DNA와 단백질 또는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예측해 복원했다.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서 발굴한 5만 2000년 전 털매머드의 피부 화석./AFP 연합뉴스

털매머드의 염색체 수는 28개로 아시아코끼리와 같았다. 염색체의 3차원 구조가 잘 보존돼 있어 활성과 비활성 유전자도 구별해냈다. 활성화된 유전자는 아시아코끼리와 대부분 비슷했으나, 털 성장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털매머드에서 활성 정도가 더 높았다. 털매머드가 시베리아에서 추위를 견디는 과정에서 남은 흔적이라 볼 수 있다. 연구진은 “털매머드 조직에서 유전자의 활성도를 알아낸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댈러스에 본사를 둔 바이오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유전자를 편집해 매머드의 특성을 지닌 코끼리를 만들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털매머드와 아시아코끼리의 유전적 차이를 확인하면서 매머드 복원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연구진 중 3명은 콜로설의 과학 자문 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헨드릭 포이나르 캐나다 맥마스터대 교수도 “실제 매머드에 가깝게 만들려면 아시아코끼리와 유전적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한다”며 “털 유전자를 포함해 어떤 유전자를 조정해야 하는지 알면 사실적인 매머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방법으로 이집트 미라와 같은 고대 표본이나 멸종 동물의 유전 정보를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구의 공동 제1 저자인 마르셀라 산도발 벨라스코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원은 “박물관 표본에서도 염색체 구조를 찾길 바라고 있다”며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이 더 많은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라 설명했다.

참고 자료

Cell(2024),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4.06.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