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국가대표 엄도현 선수가 2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메디컬센터에서 슬링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송복규 기자

파리올림픽이 1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금메달 5개 이상을 딴다는 목표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국가대표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전문가들은 ‘최고의 건강 상태’를 꼽았다.

국가대표들은 이미 기술적으로 99% 이상 완성된 선수들이다. 지금은 훈련과 시합 이후 체력을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시합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혹독한 훈련보다는 최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지난달 26일 찾은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메디컬센터는 몸 상태를 점검하는 선수들로 북적였다. 메디컬센터는 전문의 3명과 간호사 3명, 물리치료사 13명, 방사선사 1명을 포함해 모두 20명이 상주하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의료지원을 한다. 메디컬센터는 지상 1층 면적 661㎡(200평), 지하 1층 331㎡(100평) 규모다.

유도 국가대표 김지수 선수가 지난 2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내 메디컬센터에서 수중치료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뇌졸중 환자 재활에 쓰는 치료도 활용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메디닷(Medi.da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메디닷은 메디컬(Medical)과 데이터(Data)의 합성어다. 메디컬센터 의료진들은 선수 건강 관리와 함께 스포츠 의·과학적 통계 분석을 함께 수행한다. 이를 통해 국가대표 선수의 회복 전략을 세우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메디닷 프로그램은 수중치료와 매트 치료, 테이핑, 슬링 운동치료로 구성됐다. 이 중 눈에 띈 건 체조 국가대표 엄도현 선수가 받고 있던 슬링 운동치료다. 슬링은 여러 개의 줄과 지지대로 몸을 수평으로 공중에 띄우는 장비다. 슬링에 의지해 몸을 제어하면서 신경과 근육의 반응을 활성화해 통증을 줄이고 균형 감각을 높인다. 슬링 운동치료는 뇌졸중으로 이동 능력이 떨어진 환자에게도 재활 목적으로 활용되는 치료법이다.

수중치료도 선수들이 많이 찾는 방법이다. 물에 들어가면 몸이 뜨는 부력 때문에 몸무게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수중치료는 물속에서 몸무게를 줄이면서 체력 훈련을 하는 방법이다. 물에 들어가 몸무게를 50~60% 줄이기 때문에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유도나 레슬링, 역도처럼 무게 부하가 심한 종목 선수들은 부상을 줄이기 위해 수중치료를 많이 찾는다. 메디컬센터를 방문한 26일에도 유도 국가대표 김지수 선수가 수중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선수들이 흔들림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특히 메디닷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을 지원해 경기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훈련 방법과 정신력, 건강 이슈를 잘 관리해 원래 생각한 것 이상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선수가 지난 2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스포츠과학센터 집중치료실에서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송복규 기자

◇운동생리학 연구로 더위와 전쟁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아예 운동생리학 전담팀을 구성해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체력 증진 훈련과 영양 섭취 관리 같이 선수들의 건강·체력 회복을 전반적으로 관리한다. 운동생리학팀은 지도자의 요청이 오면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집중치료실에서 선수들이 체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운동생리학팀이 운영하는 집중치료실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건 ‘고압산소치료’다. 말 그대로 높은 압력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가압장비에 사람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장비 안에서는 고농도의 산소를 호흡한다. 고압산소치료는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하고, 근골격계 손상이나 염증 치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고압산소치료는 치료 효과가 워낙 커 파리올림픽에서는 대회 기간 중에는 사용이 금지됐다.

박수현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연구위원은 “운동생리학 박사들로 구성된 전담팀은 선수들이 훈련이나 시합으로 에너지를 소진한 뒤 빠르게 회복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훈련 방법과 식습관 개선에도 의견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트 선수들이 모인 만큼 근거 중심의 과학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운동생리학팀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열 관리’다. 에어컨이 없는 올림픽인 만큼 더위와의 전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운동생리학팀은 시합 후 선수들이 열을 극복할 수 있도록 주의사항들을 만들어 배포한다. 주의사항에는 수분 섭취와 수면법, 얼음찜질 같은 열을 극복하는 방법이 담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도 매우 더웠는데, 이후 선수들의 열 관리에 대한 논문들이 나와 참고하고 있다”며 “선수들이 쉽게 참고하고 따라 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해 효과적으로 열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선수들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배포한 휴식법./대한체육회

참고 자료

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2020), DOI: https://doi.org/10.1016/j.eujim.2020.101077

Scientific Reports(2018), DOI: https://doi.org/10.1038/s41598-018-19670-x

Cochrane Database Systematic Review(2016), DOI: https://doi.org/10.1002/14651858.CD005523.pu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