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이 3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에서 열린 '제1회 KITECH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전 세계 제조 분야 석학과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생산기술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제조업을 둘러싼 위기를 짚으면서 첨단 기술 연구개발을 통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제조업이 단순히 제품을 제조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제1회 KITECH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생기원 설립 35주년을 맞이해 ‘생산기술 대전환을 통한 제조 미래 전략’을 주제로 열렸다.

심포지엄은 ‘지역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제조 미래’와 ‘대한민국 지속가능 제조 전략’ 세션 두 개로 나눠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알렉산더 미카엘리스(Alexander Michaelis) 독일 프라운호퍼 세라믹응용기술연구소(IKTS) 소장과 마크 런드스트롬(Mark Lundstrom) 퍼듀대 특별고문, 아말리아 아디닝가 위디얀티(Amalia Adininggar Widyasanti) 인도네시아 국가발전기획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상목 생기원 원장은 기조 강연자로 나서 지역 소멸 위기에 주목했다. 이 원장은 “한국은 인구 소멸과 지역 소멸이 진행 중”이라며 “이는 제조능력이 약화하는 굉장히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량 생산 체계에서는 제품 본래의 가치가 떨어져 왔는데, 이제는 고부가가치 생산을 의미하는 ‘밸류팩처’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제조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능화’와 ‘인간 중심’, ‘지속 가능성’이라는 핵심 주제를 제시했다. 이 원장은 “인구 소멸에 대해서는 자율 제조, 기후변화는 탄소·수소 경제화, 공급망 변화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뜻하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을 화두로 생산기술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라며 “생기원은 10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소멸에 대응하고 연구 방향을 하나로 결집하는 제조업 연구 전략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발표한 미카엘리스 소장은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한 해 34억 유로(5조원) 정도의 예산으로 독일 대·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제조기술 기반 연구기관이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독일 기업 티센크루프와 함께 수소와 동시에 다양한 합성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고온수전해(SOE)’ 상용화에 나섰다.

미카엘리스 소장은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탄소를 줄이기 위해 산업 전 분야에서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온수전해 기술은 필수적”이라며 “특히 고온수전해로 생산한 합성가스는 철강산업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HD한국조선해양(009540)과 연료전지와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하는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런드스트롬 특별고문은 반도체 분야의 인력 부족을 언급하면서 인공지능(AI)의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런드스트롬 고문은 “미국은 반도체 분야 인력이 매우 부족해 자동화와 AI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생기원이 강조하는 자율 제조와 고부가가치 제조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세계를 3D로 가상 세계에 구현하는)디지털 트윈과 AI를 활용해 중소기업과 대기업까지 제조업의 기대감을 높여 인재들이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생기원은 이날 기관 브랜드 선포식도 진행했다. 생기원은 지난 35년간 ‘카이텍’으로 발음하던 영문 약칭을 ‘키텍’으로 바꾼다. 이 브랜드는 생산기술 전환의 열쇠(Key)가 되는 핵심기술(Tech) 개발 의지를 담아 미래 30년을 향해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의미다.

이상목 원장은 “부가가치가 낮은 기존 제품제조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서는 국내 제조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생기원이 출범 35주년을 맞아 생산기술 대전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국제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