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분광현미경으로 촬영한 난자 모습. 스페인 카탈로니아생물공학연구소(IBEC) 연구진은 난자의 건강 상태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메타포어(Metaphor)'를 개발해 체외수정 성공률을 2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카탈로니아생물공학연구소

난임 부부의 임신을 돕는 체외수정 성공률을 2배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현미경 영상과 인공지능(AI)으로 체외수정 성공률을 결정하는 난자의 건강 상태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스페인 카탈로니아생물공학연구소(IBEC) 연구진은 난자 건강 상태를 3D(입체)로 재구성하는 AI 모델 ‘메타포어(Metaphor)’를 개발했다고 2일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밝혔다.

난임 부부가 이용하는 체외수정은 배란 전에 여성의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해 정자와 수정시키는 방법이다. 시험관에서 수정이 이뤄진다고 시험관 아기 시술이라고 한다. 배란 때 난자가 이동하는 통로인 나팔관에 문제가 있거나 정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체외수정을 시도한다.

다만 체외수정의 성공률은 약 32%로 임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정자를 자궁에 주입하는 인공수정의 성공률이 19%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높은 편이지만, 대다수 부부는 체외수정을 여러 번 반복한 이후에야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연구진은 체외수정 성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난자의 건강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메타포어 기술은 초분광 현미경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3D 영상으로 재구성하고 난자의 노화 상태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AI는 초분광 현미경으로 찍은 난자 영상을 학습했다. 초분광 현미경은 여러 파장의 빛으로 물체를 동시 관측하는 분광 현미경에 공간 정보를 더하는 기술이다. 물체의 상태와 구성, 특징을 정확하게 볼 수 있어 의료 분야에서 많이 이용된다.

스페인 카탈로니아생명공학연구소(IBEC)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 '메타포어'로 3차원(D) 재구성한 난자의 모습. 난자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대사체의 위치와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카탈로니아생명공학연구소

초분광 현미경 영상에는 난자의 영양 상태를 결정하는 대사체,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위치 정보가 담겨 있다. 연구진은 메타포어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나이의 생쥐에서 난자를 채취하고 난자의 나이를 예측하게 했다. 그 결과 AI는 난자를 채취한 생쥐의 나이를 96%의 정확도로 맞췄다. 또 실제 임신 성공 예측도 80%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사무엘 오호스네그로스 IBEC 수석연구원은 “메타포어를 이용했을 때 체외수정 성공률은 숙련된 전문가가 난자를 평가할 때보다 2배 이상 높다”며 “선별에 걸리는 시간도 수분 이내로 인간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메타포어를 인간의 난자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앞으로 수년 내로 기술을 상용화해 난임 부부의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연구진의 목표다. 오로스네그로스 수석연구원은 “상용화되면 체외수정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임신까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불임과 난임 문제가 심각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불임 환자는 24만명, 난임 환자는 14만명에 달한다. 불임은 임신이 되지 않는 이유가 명확한 경우, 난임은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한 경우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30대가 전체 불임 환자의 71.8%를 차지한다. 난임은 40대에서 심각하다. 40대 난임 시술 환자가 지난 5년간 1만6000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