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경남 사천시 사천제2일반산업단지 한편에 자리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를 찾았다. 우주항공청이 출범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었다. 남해를 끼고 있는 우주청 임시청사에서는 어디서든 바다가 훤히 보였다.

이날 우주청에서 만난 민다흰(35) 연구원과 정황희(30) 연구원은 “매일 출근할 때마다 사무실에 새로운 게 생기고 새로운 직원도 온다”며 “세팅 중이지만 매일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민다흰(왼쪽) 우주항공청 연구원과 정황희 연구원이 지난 6월 27일 경남 사천시 우주청 임시청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우주항공청

1989년생인 민 연구원은 러시아 모스크바 항공대에서 로켓·위성시스템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연구재단 러시아 파견 사무소인 한러과학기술협력센터와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에서 일했다. 1994년생인 정 연구원은 순천대에서 우주항공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박사 과정에 있던 중에 우주청에 합류했다. 액체로켓 연소기 해석을 위한 슈퍼컴퓨팅 환경 개발과 추력기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참여했다. 둘 다 이른바 ‘MZ 세대’로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섞여 일하는 우주청에서도 젊은 축에 속했다.

우주청 임시청사 주변에는 이렇다 할 편의시설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주청 직원들이 꼽는 가장 큰 장점이 넉넉한 주차공간일 정도로 주위가 휑했다. MZ 세대에게는 경남 사천이 너무 답답하지 않을까. 민간 기업에서도 러브콜을 보낼 만한 경력을 가진 이들이 왜 우주청을 택했을까.

민 연구원과 정 연구원은 “우주 분야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인 우주청에서 일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러시아에서 우주항공 분야를 공부하고 업무를 배운 민 연구원은 “러시아연방우주국(ROSCOMOS) 같은 기관이 한국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했다”며 “한국에 이런 기관이 생긴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생각했기에 우주청이 생기자 바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남편 직장을 따라 일찌감치 사천에 자리잡은 터라 마침 우주청이 이곳에 온 것이 오히려 기회였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하던 정 연구원은 잠시 고민했지만, 고향이 사천과 가까운 전남 순천이라 큰 거부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MZ 직원들이 그리는 우주청과 한국 우주개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민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같은 선도국에 비해 기술적인 면에서 분명 후발 주자이지만, 한국만의 서비스 경쟁력을 살리면 우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 연구원은 “한국이 택배 서비스를 세계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며 “우주에서도 페이로드(화물 탑재) 서비스가 중요해질 텐데, 한국만의 서비스 경쟁력을 접목하면 얼마든지 1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다흰(왼쪽) 우주청 연구원과 정황희 연구원이 지난 6월 27일 경남 사천시 우주청 임시청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우주항공청

정 연구원은 우주청이 기존 공무원 조직을 답습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개발은 규제나 법, 제도가 워낙 복잡해 기업들이 정부에 불만이 많았다”며 “우주청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유연하면서도 빠르게 업무를 진행해야 한국에서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를 지원하고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나사라고 하면 어린이들도 모두 아는데, 카사(KASA, 우주청의 영문 명칭)도 그렇게 돼서 어린 학생들이 우주에 대한 꿈을 품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정부 들어 달 궤도선인 다누리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첫 실전 발사가 잇따라 성공했다. 우주청까지 출범하면서 우주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우주청에 갓 합류한 이들은 10년 뒤, 20년 뒤를 보고 있었다. 정 연구원은 “정부의 우주개발기본계획을 보면 2045년 유인 수송선을 발사하는 계획이 있다”며 “개인적인 바람은 2045년에 우주청에 남아서 유인 수송선을 우주로 발사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