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컨텍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서로의 사업 능력은 그대로 가되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면서 자체 역량으로 위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송복규 기자

우주 스타트업 컨텍(451760)이 1세대 위성통신기업 AP위성(211270)을 인수했다. 컨텍은 지난달 12일 633억9980만원에 AP위성 지분 24.72%를 취득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두 회사의 작년 매출은 컨텍이 158억원, AP위성이 494억원이다. 시가총액도 컨텍이 1993억원으로, AP위성(2119억원)보다 작다. 매출로나 기업 규모로 보나 컨텍이 AP위성을 인수한 것은 다윗이 골리앗을 품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룩셈부르크 대사관 개관 행사에서 이성희 컨텍 대표를 만나 AP위성 인수전의 막전막후를 들었다. 이 대표는 국내와 해외에 있는 날이 거의 같은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미국을 다녀왔고, 다음 주엔 일본을 간다.

이 대표는 “이번 인수는 AP위성 창업주인 류장수 회장이 우리의 도전성과 역동성을 좋게 평가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1999년 항공우주연구소(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국내 첫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를 개발했다. 그 경험을 살려 이듬해 AP위성을 설립했다. 류 회장은 8년 전부터 건강이 나빠지면서 후계자를 찾았다고 한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국내외 12개 위성 지상국을 운영하고, 해외 우주 기업과 많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컨텍이었다.

이 대표는 “(류 회장이) 컨텍이 8년 7개월 만에 상장하고, 해외 비즈니스 모델을 늘려가는 것들을 굉장히 좋게 본 것 같다”며 “사실 대기업에서 AP위성을 인수합병(M&A)하겠다는 제안이 많이 왔던 것으로 아는데, 컨텍을 선택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P위성 인수 과정에서 류 회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AP위성을 인수하면서 인공위성 제조부터 운용까지 위성 전 분야를 사업 영역에 담았다. 컨텍이 집중했던 지구관측 장비와 지상국 운용에 AP위성의 위성 본체 제작과 위성통신을 결합하는 것이다. 애초 컨텍은 2026년 3분기까지 초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을 개발하기로 결정했을 때 위성 본체는 구매하기로 했다. 이번에 AP위성을 인수하면서 위성 전체를 자체 개발하고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이 대표는 컨텍과 AP위성이 합쳐지면서 유럽의 위성 기업인 에어버스D&S,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어버스와 탈레스는 지구관측과 위성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공위성 제작업체다.

이 대표는 “나름대로는 피어그룹(비교 그룹)이 에어버스나 탈레스라고 생각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컨텍과 AP위성) 서로의 사업 능력은 그대로 가되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면서 자체 역량으로 위성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우주 기업이 100개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국가적인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술과 사업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는 29일 AP위성 대표에 취임할 예정이다. 두 회사를 경영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을 묻자 “AP위성 내부에서 ‘이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며 “두 회사를 경영하게 된 만큼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