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지방세포의 형태를 바꿔 체중을 감소시키고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냈다./픽사베이

국내 연구진이 지방세포의 형태를 바꿔 난치성 질병인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을 새롭게 찾아냈다. 식욕을 감퇴시키고 에너지 소비량을 높여 체중 감소 효과도 낼 수 있다.

서재명·임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지방세포를 전 단계인 줄기세포로 바꿔 체중을 줄이고 비만, 당뇨 같은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성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박사후연구원과 강주경 KAIST 박사후연구원이 1저자로 주도해 이룬 성과다.

지방세포는 식사 후 남은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역할과 호르몬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세포의 두 역할 중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인체의 대사 체계가 무너지고 당뇨, 비만 같은 대사질환이 생긴다. 지방세포의 활동을 조절한다면 대사질환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으나 두 가지 기능을 분자 수준에서 조절하는 과정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신체 기관의 크기를 결정하는 ‘히포 신호전달체계’에 주목해 지방세포의 기능 조절 과정을 찾아냈다. 히포 신호전달체계에는 얍타즈(YAP/TAZ) 단백질이 포함돼 있는데, 이 단백질은 식사 여부에 따라 활성 상태가 변하며 지방조직의 크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에너지 소비와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 렙틴의 생성에 얍타즈 단백질이 관여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생쥐를 이용해 지방세포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얍타즈 활성화에 관여하는 유전자 라츠(LATS)1과 라츠2를 비활성화한 생쥐를 만들어 지방세포의 변화를 확인했다. 그 결과, 얍타즈 단백질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지방세포가 이전 단계인 줄기세포와 비슷한 형태로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지방조직의 크기가 감소하며 체중도 함께 감소했다.

연구진은 지방세포의 신호 체계를 이용해 조직 크기를 줄이는 방식이 칼로리 소비를 높여 체중을 줄이는 운동과 다르게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식욕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지방 조직의 크기가 감소하며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 ‘렙틴’의 발현량이 크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체중이 감소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렙틴은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대사 체계를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이미 30년 전 발견됐으나, 조절 방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던 상황이다.

연구진은 지방세포에서 압타즈 단백질을 활성화해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지난 5월 29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Metabolism(2024), DOI: https://doi.org/10.1038/s42255-024-010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