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율성이 확대된다. 자체 수입을 활용해 정원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인건비 재원을 확대해 국내외 우수 연구자를 영입할 수 있도록 했다. 기관 간 협력을 위해 물리적인 장벽도 없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연구개발(R&D) 생태계 역동성과 지식 유동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61회 운영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됐다.
우선 출연연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관 운영의 자율성을 크게 높였다. 자체 정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기관 자체 심사만으로 기간제 직원도 채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매년 초에 정한 인건비 집행계획을 따르도록 했던 규정도 바뀌어서 이제는 이사회 의결로 인건비 집행계획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술료 수입을 인건비로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출연금으로 수행하는 연구 사업도 기관장의 재량으로 연중 세부 과제 간 조정이 가능하게 했다. 출연연이 우수 연구자를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도록 비공모 특별채용과 파격적인 대우도 가능하게 해준다. 한 출연연 원장은 “기술료 수입의 인건비 활용이나 기관장의 재량 확대 등이 받아들여져 앞으로 자율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연연 구성원의 협력과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도 시행된다. 대전 대덕특구에 대부분의 출연연이 모여 있는 특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출연연 간 경계벽을 허물고, 공동출입증을 도입해 다른 출연연 방문을 편하게 했다. 연구자 정기모임과 공동 체육·문화행사도 지원한다.
출연연의 개방형 협력체계도 도입된다. 국가과학기술연구실(NSTL·National Science & Technology Lab)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처음 도입된 ‘글로벌TOP 전략연구단’부터 NSTL을 적용한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기관출연금과 수탁사업을 임무 중심으로 재편하고, 개방형 협력체계를 구축할 때도 NSTL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연 평가 체계도 바뀐다. 지금은 기관장 평가와 연구사업 평가를 별도로 시행하고 있는데, 2026년부터는 격년 단위로 통합점검 단일체계가 된다. 기관별로 임무에 맞는 연구 성과를 수행하고 있는지 등을 절대평가로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우수기관은 다음 차례 점검을 유예하고, 이미 공개된 실적을 이용해 효율적이고 단순화된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합점검 체계는 공공기관 해제와 이번 조치로 대폭 강화된 자율성을 각 기관이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세부 점검 지표는 전문가 의견을 듣고 연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관리가 아닌 지원과 육성 중심으로 기관 임무를 재정립한다. 출연연의 자율적인 경영을 뒷받침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