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프랑스계 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PE) 아키메드가 국내 미용 의료 기기 업체 제이시스메디칼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클래시스·루트로닉 등 국내 미용 의료 기기 3대 기업의 대주주가 모두 사모펀드가 된다. 최근엔 가정용 미용 의료 기기 해외 수출도 늘고 있다. 화장품으로 시작된 ‘K뷰티’ 바람이 미용 의료 기기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K뷰티’ 힘입은 글로벌 성장세

프랑스계 펀드 아키메드는 지난 10일 제이시스메디칼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최대 주주인 제이시스메디칼 강동환 이사회 의장과 이명훈 이사의 지분 26.4%를 인수했고, 나머지 주식에 대해 다음 달 22일까지 공개 매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대 주주 지분과 공개 매수를 통해 최소 50% 지분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제이시스메디칼은 고주파와 집속초음파를 활용한 피부 리프팅(펴짐) 등 미용 의료 기기를 전문으로 한다. 또 다른 대표 미용 기기 업체인 클래시스와 루트로닉도 각각 2022년 미국계 PE인 베인캐피털과 2023년 국내 PE 한앤컴퍼니가 인수했다. 베인캐피털은 지난해 이미 인수를 한 클래시스의 경쟁사인 이루다의 지분까지 사들였다. 최근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인 HLB그룹도 미용 의료 기기 업체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들의 제품은 대부분 피부에레이저나 고주파 등을 쏴 피부 표면에 큰 손상을 입히지 않고 피부 아래 진피층에 자극을 준다. 이렇게 잔주름 제거, 피부 탄력 개선 등의 효과를 낸다. 원리는 비슷하지만, 모양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미용 의료 기기 업체들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로 해외 매출 성장성이 꼽힌다. 지난 4월 관세청에 따르면 국산 가정용 미용 기기 수출액은 2020년 이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1억1500만달러(약 1600억원)로 전년 대비 약 30%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절대적인 수출액이 많지는 않지만, 향후 성장성을 크게 보고 투자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독일 ‘멀츠’의 ‘울쎄라’, 미국 ‘솔타메디칼’의 ‘써마지’ 등이 이 분야의 강자였지만 이제는 국산 제품들이 빠르게 뒤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들은 시술 시 통증을 줄이는 등 고객 친화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며 “전반적인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가정용 기기를 출시하고, 연예인 광고 모델을 쓰는 등 마케팅이 힘을 발휘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미용 의료 기기는 다른 제약·바이오 분야에 비해 규제가 적고 소모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출을 내기 쉽다는 점도 산업이 커지는 이유로 꼽힌다. 얼굴에 바로 닿는 미용 의료 기기는 장비 끝부분에 부착하는 카트리지를 수시로 교체해야 한다. 한 번 팔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모품 판매로 추가 수익이 가능한 것이다. 피부 미용 카트리지는 이익률이 많게는 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 시장으로 확대

최근 국내 미용 의료 기기 업체들의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 시장뿐 아니라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 확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업체들은 오리지널 장비의 특허 만료에 맞춰, 같은 원리에 성능이 개선된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작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는 ‘홈 케어(home care)’ 시장이 커지면서 선진국으로도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정용 미용 기기 수출의 46.5%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 기간 미국 시장의 수출액 증가율은 650%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병원 진출을 위해서는 인허가가 필수인데 이 과정이 까다롭다”며 “국내 업체들이 신흥국 판매를 발판으로 선진국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다만 한동안 이 시장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인수합병(M&A)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앞선 M&A 사례들은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난 후 (거래가) 이뤄졌다”고 했다. 국내 중소 미용 의료 기기 업체의 매출이 이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업체별로 몸집 키우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