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체외 진단 기업 '시스멕스 아스트레고'의 PA-100 AST 시스템./시스멕스 아스트레고

45분 만에 요로 감염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는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상금 800만 파운드(약 140억원)가 걸린 경도상(經度賞·Longitude Prize)을 수상했다. 영국 경도상위원회가 2014년 항생제 내성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연구자에게 상을 주겠다고 밝힌 지 10년 만이다.

영국 경도상 위원회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요로 감염 진단 시스템 ‘PA-100 AST’를 개발한 스웨덴 웁살라대와 체외진단기업 시스멕스 아스트레고 연구진을 항생제 내성 부문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는 노벨상 상금 1000만 크로네(약 13억원)보다 10배 많은 상금을 받는다. 위원회는 “이번 수상 기술은 영국에서 처방되는 항생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요로 감염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료 종사자가 환자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밝혔다.

경도상은 원래 선박들이 바다에서 정확한 배 위치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1714년 제정됐다. 이 상을 받은 시계공 존 해리슨(1693~1776)의 마린 크로노미터(해양용 정밀시계)는 항해술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경도상이 제정된 지 300주년이 된 2014년 시상 범위를 인류 난제 해결로 확대하고 총 1000만 파운드(약 175억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일반인 투표를 거쳐 인류 최대의 난제로 꼽혔다.

항생제는 세균을 죽이거나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약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하지만 항생제를 남용하면서 더 이상 약이 듣지 않는 내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요로 감염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는 절반이 항생제 한 가지 이상에 내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요로 감염은 여성 50~60%가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이 심해지면 패혈증으로 이어져 목숨까지 잃는다.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항생제가 듣지 않아 약 13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 추세라면 2050년까지 매년 100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스웨덴 웁살라대 요한 엘프(Johan Elf) 교수 연구진은 요로 감염을 빠르게 진단하고 적합한 항생제를 찾는 방법을 개발했다. 소변 시료 400㎕(마이크로리터, 1㎕는 100분의 1L)를 스마트폰만 한 카트리지에 넣고 신발 상자 크기의 장치로 분석하는 방식이다. 기존 테스트는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2~3일이 걸린다. 이번 기술은 15분 만에 감염 원인을 밝히고 45분 만에 치료 효과가 높은 항생제를 제시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진단법은 엘프 교수가 세운 시스멕스 아스트레고가 제품으로 만들어 유럽에 공급하고 있다.

경도상 위원회는 250여 팀을 심사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심사위원인 톰 보일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헬렌조셉병원 전염병 컨설턴트는 “남아공에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별도 테스트 없이 요로 감염을 치료한다”며 “이번 기술은 항생제를 남용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을 받은 연구진은 “상금으로 진단법을 다양한 종류의 요로 감염과 항생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할 것”이라며 “가나, 부르키나파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조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보일스 컨설턴트는 “현재 진단법은 전원 공급 장치를 갖춘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폰 1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며 “상금으로 진단 시스템을 아이폰 10 정도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고 자료

Longitude Prize(2024), https://amr.longitudeprize.org/winners/

PNAS(2017), DOI: https://doi.org/10.1073/pnas.1708558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