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디지털 시대의 무탄소 에너지원인 차세대 원자력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본격화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오후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8회 심의회의에서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방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2030년대 초 본격화될 세계 차세대 원자로 시장에 대응해 앞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방안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제성, 안전성이 뛰어난 차세대 원자로는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 부문뿐 아니라, 산업, 수송 등 모든 에너지 이용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 각 국의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과기정통부는 올해 안에 차세대 원자력 기술개발과 실증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핵심기술을 확보해 2025년까지 표준설계를 끝내고, 2030년대에는 글로벌 SMR 시장 진입을 목표로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i-SMR 홀딩스' 같은 사업화 기관을 세우고, 지식재산권 관리방안도 별도로 만들기로 했다. 구체적인 로드맵은 올해 하반기에 발표한다.
또 '한국형 차세대 원자로 기술개발 및 실증 프로그램(K-ARDP)'도 추진한다. 'K-ARDP'는 차세대 원자로 설계 역량을 가진 민간 기업을 육성하고, 신속한 상용화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기술개발과 실증까지 지원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기술개발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안전규제체계도 마련한다. i-SMR에 적용되는 혁신기술의 안전성 확인을 위해 표준설계인가 신청 전까지 규제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소형모듈원자로 규제연구 추진단' 출범식을 개최하고, SMR의 안전성 검증기술과 인허가를 위한 규제요건 개발에 착수했다.
또 비경수형 원자로에 대해서도 2030년대초까지 규제기준과 기술 등 안전규제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경수형 원자로는 기존의 대형원전처럼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방식이고, 비경수형 원자로는 소듐, 헬륨, 납, 용융염처럼 물이 아닌 물질을 냉각재로 쓰는 방식이다. 우리 정부는 비경수형 원자로도 차세대 기술 개발 대상에 포함했다.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한 국제협력과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미국, 영국 등 차세대 원자로 선도국과 공동연구에 나서고, 국내 실증사업에 해외 기업의 참여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올해 안에 '차세대 원자로 연구조합'을 설립해 민간주도의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을 독려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차세대 원자력 인력양성 추진계획도 발표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차세대 원자력은 디지털·인공지능 산업, 화학산업, 조선·해양산업 등 국내 산업과 함께 가야할 중요한 에너지원"이라며 "정부가 체계적인 차세대 원자력 정책과 안정적 재원으로 뒤에서 밀고, 민간이 앞에서 당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 대형 프로젝트(K-ARDP) 도입, 규제체계 적기 마련을 신속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