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은 '세계 공룡의 날' 기념 행사로 북적이고 있었다. 지난 2019년 미국의 브롱크스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한 몇몇 자연사박물관이 6월 1일을 공룡의 날을 정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됐다. 중앙과학관은 전날부터 이틀 동안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중앙과학관이 공룡을 좋아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집한 '공룡 덕후단'과 함께 기획했다.
덕후는 한 분야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로, 일본어로 마니아를 의미하는 오타쿠를 줄인 말이다. 기현정 중앙과학관 연구사는 "공룡은 마니아 층이 두터운 분야로,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덕후들이 제일 잘 안다"며 "공룡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룡의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행사를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뛰어난 덕후는 지식 수준이 전문가와 구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기호도 더 잘 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 연구사는 "이번 행사에서 강연, 전시 초청 명단을 구성할 때도 공룡 덕후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덕분에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과학관은 전국에서 모인 지원자 수백명 중 70명을 공룡 덕후단으로 선발했다. 지원서를 보고 공룡을 얼머나 좋아하는지 평가했다.
이소정(천호중 2)양은 온라인 공룡 커뮤니티인 '라거슈타트'에서 활동하던 중 공룡 덕후단에 합류했다. 이양은 어릴 때부터 공룡에 흥미를 갖고 관심사가 같은 다른 청소년들과 함께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공룡 관련 내용을 보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공룡 덕후단을 알고 가입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라거슈타트는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공룡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2018년 '핀벤져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2019년 12월 라거슈타트로 이름을 바꿨다. 라가슈타트는 독일어로 퇴적층이라는 뜻이다. 공룡 화석이 퇴적층에서 나온다는 점에 착안한 이름이다.
이승찬 라거슈타트 행정고문은 "현재 30명 정도 모여서 활동 중이지만, 전국에 회원들이 있어 정기 모임을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공룡 연구를 대중에게 알리거나 최신 연구 논문을 한글로 번역해 소개하는 활동을 했다.
이양은 공룡 덕후단으로 이번 행사 기획에도 참여했다. 공룡 덕후단은 얼굴에 공룡 그림을 그리는 페이스 페인팅과 공룡 서적 전시처럼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직접 부스를 차리고 그간의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활동하며 만든 논문 번역 포스터를 전시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양은 화석으로 발견된 백악기 동식물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는 "평소 회원들과 함께 최신 연구 성과를 알리는 활동이 즐겁다"며 "앞으로 공룡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룡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이찬식 작가는 클레이 아트(점토 공예)로 만든 공룡 조형물을 전시했다. 이 작가도 공룡 덕후단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이 작가는 "공룡의 매력은 지금의 동물에는 없는 특이한 모습을 가졌으면서도 과거에 지구에 살았다는 점"이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작은 단서들을 모아 모습을 재현하는 과정이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취미로 공룡 작품을 만들다가 최근 전문 공룡 작가로 진로를 정하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데 2~3주에서 길면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판매 목적보다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공룡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 작가는 "현재로서는 작품을 판매할 계획은 없으나 주문을 받아 실제 크기와 같은 실물 모형을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다"며 "한국은 공룡이 어린 아이들의 취미 대상으로만 여겨지지만, 앞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