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박테리아(세균)와 바이러스의 변이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감염병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대비할 새로운 진단 기술의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틴 스타이네거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디옥시리보핵산(DNA)과 아미노산을 동시에 분석해 감염병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감염병은 전 세계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사망 원인 4위에 폐렴을 비롯한 하기도감염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 세계에서 600만여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감염병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감염병은 제때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기존 진단 기술은 일부 바이러스에 대해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주가 걸리기도 한다. 빠른 치료가 중요한 감염병에 대응하려면 진단 속도를 높여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병원체가 등장하면 그에 맞는 진단 기술을 처음부터 개발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서울대 연구진은 '메타유전체학'을 기반으로 감염 부위의 모든 유전정보를 동시에 분석해 신속하게 감염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메타분리(Metabuli)'로 이름 붙인 이 기술은 한 번의 검사로 여러 종류의 병원체를 감지할 수 있다.
메타분리는 유전정보를 담은 DNA와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을 모두 분석해 진단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변이가 빠르게 일어나는 DNA를 이용해 병원체의 변이를 구분하고 변이가 천천히 일어나는 아미노산으로는 기존 병원체와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스타이네거 교수는 "DNA와 단백질을 동시에 분석하면 기존 병원체의 변이를 구분하면서 동시에 신종 감염병을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메타분리 기술을 활용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러 변이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도 2003년에 유행했던 감염병인 사스(SARS) 정보를 활용해 코로나19를 신종 감염병으로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메타분리 데이터를 오픈 소스로 공개해 전 세계 미생물, 바이러스학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메타분리 데이터의 다운로드는 2000회를 넘어섰다"며 "메타유전체 분석 성능을 개선해 감염병 진단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에 지난 20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Methods, DOI: https://doi.org/10.1038/s41592-024-02273-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