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태양 폭풍이 지구를 덮치면서 강원도 화천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됐다. 태양 활동이 21년 만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태양이 뿜어낸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를 뒤덮은 결과다.
한국천문연구원은 경북 영천시에 있는 보현산천문대에서 관측한 적색 오로라와 아마추어 천문가가 촬영한 보라색 오로라 사진을 13일 공개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 11일 최고 수준인 ‘G5′ 등급의 태양 폭풍이 지구에 도달했다. G5급 태양 폭풍이 발생한 건 2003년 10월 이후 21년 만이다.
지난 11일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발생한 태양 폭풍으로 미국과 영국, 독일, 중국 등 세계 곳곳에는 밤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났다. 오로라는 태양이 에너지를 분출하는 플레어 현상으로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자기력선을 따라 대기로 들어오면서 만들어진다. 전하를 가진 입자(하전입자)와 대기 중 성분이 부딪치는데, 충돌로 발생한 에너지가 빛으로 방출되는 원리다.
천문연은 보현산천문대에 설치한 전리권·고층대기 관측시스템(TIMOS)의 대기광 관측용 전천 카메라로 북쪽 고위도 방향에서 적색 오로라를 포착했다. TIMOS는 적색광 필터로 대기광을 관측한다. 관측 중 적색 오로라가 발생하면 밝게 빛난다.
천문연은 지난 11일 0시부터 경남 거창군 감악산에 있는 중성자모니터로 우주선(Cosmic ray) 수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중성자모니터는 지구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우주선을 관측하는 장비다. 태양 활동이 강하면 태양 에너지가 지구를 덮쳐 유입되는 우주선의 양이 줄어든다.
태양 폭풍이 지구를 강하게 덮친 만큼 아마추어 천문가의 사진으로도 오로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용인어린이천문대 소속 박정하씨와 심형섭씨는 지난 12일 강원 화천군에서 오로라를 촬영했다. 이들이 촬영한 오로라는 보라색을 띠고 있다. 오로라는 하전입자가 산소와 부딪히면 붉은색이나 초록색으로, 질소와 부딪히면 보라색으로 빛난다. 과거 국내에서는 2003년 10월 30일 보현산천문대에서 붉은색 오로라를 포착했다.
천문연이 운영하는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시스템(OWL-Net·아울넷)은 오로라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담았다. 오로라를 포착한 아울넷은 각각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천문대와 몽골 울란바토르 근교에 있다. 특히 미국의 아울넷 4호기는 하전입자가 산소와 충돌해 만든 오로라의 붉은 빛을 잘 담아냈다.
오로라의 원인인 태양 활동은 내년에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천문연은 “태양 활동은 평균 11년 주기로 강약을 반복한다”며 “내년에는 태양 활동이 정점에 이르는 극대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