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연구진은 폐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상단 오른쪽부터 이재혁 기초지원연 박사후연구원, 심현보 순천대 박사과정생, 문슬기 순천대 박사후연구원. 하단 오른쪽부터 이성수 KBSI 책임연구원, 김종진 순천대 교수, 장동조 순천대 교수./KBSI

2022년 국내 암 사망률 1위는 폐암이었다. 특히 폐암 중에서도 전이성 폐암은 5년 생존율이 11.5%에 그친다. 국내 연구진이 전이성 폐암을 억제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암을 치료하면서 진단도 동시에 할 수 있어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광주센터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국립순천대의 김종진 의생명과학과 교수, 장동조 약학과 교수 연구진과 함께 ‘헴 산소화효소 2(Heme oxygenase 2, HO2)’를 전이성 암의 바이오 마커이자 항암제의 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바이오마커란 인체 내부의 변화를 알려주는 단백질이나 유전물질, 대사 물질 같은 생체 지표를 말한다. 생체물질 하나로 암 진단과 차료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말이다.

HO2는 혈액에서 산소와 결합하는 ‘헴(Heme)’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다. 앞서 연구에서 이 효소는 세포 항상성 유지에 중요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고 확인됐다. 종양 줄기세포의 추적과 치료를 위한 바이오 마커로도 보고된 바 있다.

순천대 연구진은 전이성 암에서 HO2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HO2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형광물질 ‘타이니어(Tumor-initiating cell near-infrared probe, TiNIR)’를 개발했다. 이 형광물질은 종양 줄기세포의 HO2 단백질에 결합해 기능을 억제했다. 세포 내 형광물질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HO2가 더 억제되고, 결국 활성산소가 쌓여 세포가 사멸했다.

동시에 타이니어는 표적과 결합하면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내 전이성 암을 추적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시행하는 ‘테라그노시스(theragnosis)’ 기술인 셈이다. 테라그노시스는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Therapy)와 진단을 뜻하는 디아그노시스(Diagnosis)의 합성어다.

암 전이 억제제 타이니어(TiNIR)의 작동 메커니즘. 타이니어가 HO2의 발현을 저해하면 활성산소가 발생해 암세포의 세포 주기와 이동을 억제한다./KBSI

KBSI 연구진은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활용해 타이니어의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홀로토모그래피는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인체를 보듯 세포의 구조를 층층이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말한다. 타이니어 처리 후 살아있는 전이성 폐암 세포의 움직임을 실시간 분석한 결과, 대조군과 비교해 속도와 총 이동 거리 모두 감소했다. 타이니어를 처리하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세포의 비율이 대조군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 암세포의 이동을 방해해 암 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성수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사용한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은 살아있는 암 세포의 운동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정량적으로 이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앞으로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를 활용한 실시간 세포 추적 이미징 분석 기법은 암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 전략 제시에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종진 교수는 “새로운 전이암 바이오마커 HO2와 선택적 억제제인 타이니어를 활용한 치료법으로 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겪는 전이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암 예방과 진단, 치료 전략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5일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머티리얼즈 리서치(Biomaterials Research)’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Biomaterials Research(2024), DOI: https://doi.org/10.34133/bmr.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