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오픈라운지에서 R&D 개혁 방향 등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학연의 협력을 강조했다. 울산과학기술원과 한국화학연구원의 공동 연구단도 이런 협력의 일환이다./뉴스1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칸막이를 허무는 실험이 한국 화학 산업의 중심지인 울산에서 진행된다. 배터리 분야에 강점을 가진 연구중심대학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한국화학연구원이 공동 연구단을 만들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이용훈 UNIST 총장과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최근 만나 공동 연구단을 꾸리기로 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 중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울산에 분원이 있는데 이 분원을 이용해 UNIST와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이용훈 총장은 "UNIST의 연구 역량과 화학연의 울산 분원의 인프라를 합치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두 기관이 공동으로 인건비를 부담하면 연구단장도 세계적인 석학도 데려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영국 원장도 "연구비나 여러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공동 연구단을 꾸릴 수 있는 직접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설명했다.

UNIST와 화학연의 공동 연구단 설립은 연구기관 간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는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의 기조를 반영한 실험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간 칸막이를 없애고 세계 최고·최초에 도전하는 연구를 강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출연연 간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올해 1000억원의 예산을 새로 배정해 '글로벌TOP 전략연구단' 사업을 신설했다.

공동 연구단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학과 출연연의 칸막이를 허무는 작업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고려대가 손을 잡고 공동 캠퍼스를 운영한 적은 있지만, 다른 출연연이나 대학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대학과 출연연의 벽허물기는 이전 정부에서도 시도됐지만 일부 반대 여론에 막혀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KAIST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해양대와 한국해양연구원의 통합이 추진됐다. 이 가운데 KAIST와 생명연은 검토 제안 단계에서 반발에 막혀 무산됐고 해양대와 해양연의 경우 통합이 추진되다 해양대는 통합에서 빠지고 해양연에 일부 교육기능만 추가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설립되는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공동 연구단 설립은 다른 대학이나 출연연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모델로 평가 받는다. 무리한 물리적 통합 대신 국내 지방대학들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나름 해외에서도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 받는 출연연과 손을 잡고 최고급 인재 양성과 지역 산업과 협력이라는 명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출연연의 지방 분원을 활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영국 원장은 이날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위원회 간담회에서 이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탄소중립 분야의 특별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대학과 출연연의 벽을 허물고 공동으로 연구단을 꾸리는 것을 넘어서 교수와 연구자가 자유롭게 교류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며 "UNIST와 화학연의 공동 연구단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UNIST와 화학연의 공동 연구단 모델을 다른 과기원은 물론이고 일반 대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박 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R&D 개혁방향을 발표하며 연구기관과 대학 간 벽을 허물어 연계를 강화하고, 산학연 클러스터 캠퍼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박 수석은 "출연연과 공동 연구를 하는 건 과기원에게는 당연한 미션이고, 이런 모델을 일반 대학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