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이 된 류석현 신임 원장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대기업의 관계를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원장은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 산업 생태계의 최정점에 있는 대기업과의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며 "기술 전환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출연연의 관계를 회복하고 원팀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류 원장은 작년 12월 기계연 원장에 취임했다. 출연연이나 대학 출신이 아닌 산업계 출신이다. 두산에서 기술경영1팀장과 상무를 역임했고 두산중공업에서는 부사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 기술연구원장을 맡았다. 한국공학한림원 기획위원장도 맡고 있다. 기계연 원장이 산업계에서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 4개월 차를 맞은 류 원장은 출연연과 대기업의 관계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그는 "출연연이 정부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과만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출연연과 대기업의 관계가 끊어졌다"며 "기술산업 생태계 최정점에 있는 대기업과 관계를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과 대기업이 힘을 합쳐서 해야 할 과제로는 장비 국산화를 꼽았다. 류 원장은 "반도체 연구를 많이 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장비가 수입산이고 국산 장비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대기업과 대학, 출연연을 하나로 모아 국가적인 차원에서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계연은 최근 공작기계의 두뇌 역할을 하는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시스템의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 CNC 시스템은 공작기계의 자동제어를 담당하는 전자모듈인데, 국내 공장기계 CNC 시스템의 95%가 일본과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다. 기계연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CNC 시스템 국산화에 나섰고, 최근 시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류 원장은 "처음부터 하이엔드 수준의 장비를 국산화할 수는 없겠지만, 부품에서 모듈로, 모듈에서 한 분야로 야금야금 역량을 늘려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대기업도 주요 장비의 국산화에 문호를 여는 추세여서 지금이 산학연이 원팀이 될 수 있는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