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환 포스텍(포항공대) 명예교수가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위상수학 분야에서 뛰어난 수학자로 이름을 남긴 것은 물론 국내 수학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한국과학기술한림원

미국에서 성공한 수학자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한국에 돌아와 수학계 발전에 헌신했던 권경환 포스텍(포항공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 9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위상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수학자임과 동시에 국내 수학계의 발전에 헌신해 위상을 높인 인물이다.

고인은 1952년 서울대 물리과대학을 졸업하고 1958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플로리다주립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연구원, 미시간주립대 수학과 교수와 학과장을 맡았다.

그는 수학적으로 이뤄진 공간의 구조를 연구하는 '위상수학' 분야에서 굵직한 업적을 여럿 남겼다. 위상수학은 현대 수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위상수학 중에서도 '유클리드 공간을 닮은 공간'을 의미하는 '다양체'를 연구해 왔다.

1964년 수학적 대상으로부터 다양체를 만들고, 이를 분해해 수학적 대상으로 나눌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며 국제 수학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추상적으로만 정의할 수 있는 다양체를 수학적으로 규정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듬해인 1965년 다양체의 불변량 요소 중 하나인 '화이트헤드 토션'을 곱하거나 더하는 등 연산을 했을 때 나타나는 변화를 검토해냈다. 이후에는 다양체를 규정하고 분류하는 방법에 몰두하면서 '부분적으로 선형성을 갖는 PL 다양체'를 분류하고 특성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고인은 국제 위상수학계에서 연구의 지평을 넓힌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의 연구는 평생 40여편의 논문을 써냈으며 현재도 많은 수학자들이 참고하는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의 성공한 수학자의 삶을 뒤로하고, 1990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포스텍 수학과를 설립하는 데도 기여했다. 미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한국에서 많은 후학을 양성해온 것 것은 물론, 1999년 퇴직 후에도 '권경환 석좌기금'을 마련하고 국내 수학과 젊은 수학자의 성장을 도왔다.

권 교수는 국제 수학계에 남긴 업적과 함께 국내 수학계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18년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됐다. 고인의 헌신과 노력에 한국 수학계도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은 2022년 국제수학연맹(IMU) 국가 등급 5그룹으로 승격하며 국제 수학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1981년 IMU에 처은 가입한 이후 41년 만이다. 이는 역대 최단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