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국내에서는 말라리아와 일본 뇌염, 뎅기열, 치쿤구니야열과 같은 곤충 매개체를 통한 감염병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점차 기온이 오르고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감염병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분포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뒤를 이어 인류에게 또 닥칠지 모를 '미래 감염병(질병X)'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희일 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장은 지난 15일 제주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질병 대비 간담회에서 "아직 국내에서는 뎅기열과 황열, 치쿤구니야열을 옮기는 흰줄 숲모기를 주요 감염병 매개체로 보고 있다"면서도 "기후변화로 최남단 지역인 제주가 새로운 감염병 매개체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0년 동안의 국내 연평균 기온은 1912년부터 1940년까지의 과거 30년에 비해 1.6도 올랐다. 특히 10년마다 0.2도씩 꾸준히 상승하면서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봄과 여름 시작일이 각각 17일, 11일 빨라지면서 여름은 약 20일 길어졌다.
이에 따라 매개체에 의한 질병 전파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증가하면 매개곤충의 발육기간은 짧아지고 수명은 길어진다. 결국 개체수가 크게 증가해 매개체에 의한 질병 전파 가능성을 높인다. 이 과장은 "제주에서 평균 기온이 10도가 넘는 '겨울이 없는 지역'이 증가하게 되면 새로운 감염병 매개체인 이집트 숲모기가 서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집트 숲모기 역시 국내에 서식하는 흰줄 숲모기처럼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열, 지카열, 황열 바이러스를 포함한 질병들을 전파한다.
질병관리청은 전 세계 탄소 배출 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시나리오 아래에서 약 50년 뒤에 이집트 숲모기가 국내 남부지방에 토착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일본에서는 2014년 도쿄 도심인 요요기 공원을 중심으로 뎅기열 환자가 70명 넘게 발생했다. 일본 도쿄와 비슷한 위도에 있는 제주도 감염병 매개체 유입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과장은 "산발적인 뎅기열 발생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현재 감염병 중 뎅기열의 국내 토착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집트숲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북방한계선도 언제든지 국내까지 올라올 수 있다"며 "중국에서 넘어올 수 있는 매개체를 제주와 서해에서 철저히 감시하고, 올라오는 순간 감염병 방역을 달리하는 것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감염병을 포함한 건강 영향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진희 질병관리청 건강위해대응관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감염병과 온열질환, 한랭질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관련 건강 영향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중장기 기후 보건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곧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