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게브벤구리온대 연구진이 미 농무부, 영국 뉴캐슬대, 독일 뒤셀도르프대, 와이즈먼 과학연구소와 함께 셀룰로오스의 소화를 돕는 장내 세균과 인간의 생활 방식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혔다. 사진은 장내 세균./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식물 속 식이섬유인 ’셀룰로오스’의 소화를 돕는 장내 세균이 도시 사회로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고대 인간이나 수렵·채집 또는 농경 사회에 사는 사람에게서는 비교적 풍부한 미생물 군집이 발견됐다.

새라 모라이스 이스라엘 네게브벤구리온대 연구원 연구진은 미 농무부, 영국 뉴캐슬대, 독일 뒤셀도르프대, 와이즈먼 과학연구소와 함께 셀룰로오스의 소화를 돕는 장내 세균과 인간의 생활 방식 사이의 연관 관계를 밝혀 15일(한국 시각) 발표했다.

셀룰로오스는 식물 세포벽을 구성하는 천연 고분자로 대표적인 식이섬유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식물을 섭취하더라도 효소가 없어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없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 군집에 의존해 셀룰로오스를 소화한다. 특정 세균이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면서 나오는 지방산은 대장암 예방과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대 식단은 가공식품이 대부분으로 식물에 포함된 셀룰로오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인간 장내에서 셀룰로오스를 분해한 흔적이 거의 없을 정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에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세균이 현대 식단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연구진은 식습관, 생활 방식에 따라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세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폈다. 먼저 인간 장기에 분포하는 미생물 군집의 유전체 9만2143개를 분석한 결과, 셀룰로오스 분해 효소를 만드는 루미노코커스 세균 3종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유전체를 분석해 해당 세균이 소나 염소같이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의 장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박테리아들은 장내 다른 미생물의 유전자를 획득해 인간 장내 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박테리아 3종은 인간 개체군에 따라 다른 분포를 보였다. 고대 인간, 수렵과 채집을 하거나 농촌에 사는 사람들의 장에는 풍부했으나,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났다.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바뀌면서 셀룰로오스 관련 박테리아가 인간 장내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로 왜 인간의 장에서 셀룰로오스 분해에 대한 증거를 찾아보기 힘든지 설명할 수 있다”며 “서구화된 생활 방식이 널리 퍼질수록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박테리아가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15일(한국 시각) 게재됐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j9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