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개발한 리드버그 양자컴퓨터의 작동 원리. 특정 방향으로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하이젠베르크 모형'을 구현해 양자 물질의 새로운 특성을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한국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양자 물질의 새로운 특성을 연구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양자 특성을 구현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양자 물질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안재욱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11일 덴마크 코펜하겐대와 공동으로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양자 자성체의 독특한 특성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자성체는 자기장에 의해 자석의 특성을 보이는 물질이다. 대표적으로 철, 코발트, 니켈 같은 금속들이 자성체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초저온에서 양자적 특성을 보이는 ‘양자 자성체’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양자 자성체 연구는 주로 양자계의 특성을 인공적으로 모방한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진다.

연구진은 리드버그 원자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양자 자성체의 특성을 구현했다. 리드버그 원자는 일반 원자의 1만배 가량의 지름을 갖고 있어 다른 원자와 상호작용을 강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KAIST 연구진은 최근 리드버그 원자를 이용한 156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계산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양자 자성체를 설명하는 ‘하이젠베르크 모형’을 양자컴퓨터로 구현했다. 이전에 구현된 하이젠베르크 모형과는 다르게 리드버그 원자의 강한 상호작용을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특정 방향에서 1000배 이상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극단적 이방성’을 구현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특성 연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양자 자성체는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의료기기에 활용해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초정밀 제어계측공학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안 교수는 “리드버그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새로운 양자 물성을 연구할 수 있음을 보였다”며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는 물성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X’에 지난달 14일 소개됐다.

참고자료

Physical Review X, DOI: https://doi.org/10.1103/PhysRevX.14.0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