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는 에너지 공급, 화학산업, 운송수단을 비롯해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자원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대체 자원과 청정에너지를 개발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화석 연료인 원유가 에너지 안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원유는 한정적으로 매장돼 있어 중동 국가와 베네수엘라가 만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발표에 유가가 출렁인다.

유전에서 채취한 원유는 에너지 은행으로 불리는 원유 저장 탱크에 비축된 뒤 정제 과정을 거쳐 휘발유와 경유, 등유가 된다. 원유 저장량은 시장 수요와 공급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다. 정치적 요인이 원유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원유 저장량으로 원유 생산과 출하 동향을 미리 파악하면 세계 경제의 변동성에 대비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에어버스DS의 위성 영상으로 분석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원유 저장 탱크. 원유 저장량은 2022년 전체의 56%에서 지난해 52%로 줄었다./나라스페이스

나라스페이스 개발팀이 개발한 탐지 기술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정유사인 아람코가 보유한 원유 저장 탱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원유 저장량은 전체 저장량의 5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저장량인 56%보다 4%포인트(P) 감소한 수준이다. 이 기술은 유가 관련 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유 저장 탱크 탐지는 탱크 위에 형성되는 그림자를 이용한다. 주로 사용되는 원유 저장 탱크는 휘발성 액체를 저장하는 데 용이한 ‘플로팅 헤드탱크’다. 탱크 뚜껑이 대기압에서 저장된 원유 위에 떠있는 형태로, 원유의 수위에 따라 지붕이 오르내린다.

원유 저장량이 줄어들면 탱크의 지붕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내부 그림자가 생긴다. 탱크 내부의 원유량이 줄어들면 내부 그림자가 길어진다. 이때 탱크의 높이로 생기는 외부 그림자와 내부 그림자 길이를 비교하면 저장 탱크에 담긴 원유의 부피를 추정할 수 있다.

원유 저장 탱크인 '플로팅 헤드 탱크' 구조와 원유 저장량에 따른 저장 탱크 그림자 변화./나라스페이스

위성 영상으로 원유 저장 탱크의 그림자 영역을 파악하기 위해선 색상과 밝기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자 영역을 정확히 추출하기 위해선 시각적 인지를 다루는 색상(Hue)·채도(Saturation)·명도(Value)의 ‘HSV’와 지각하는 색 영역보다 훨씬 큰 밝기(Lightness)·빨강-녹색(A)·노랑-파랑(B)의 ‘LAB’을 조합해 대비를 만든다.

다만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팀에서는 탱크의 그림자 영역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을 적용하지 않고 흑백 영상을 이용했다. 흑백 영상만 이용해 탐지 효율성을 높이고 연산시간을 줄였다. 그림자와 나타나는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흑백 영상을 활용한 ‘적응형 임계값 필터’도 개발했다.

나라스페이스는 원유 저장량을 추정하기 위해 ‘원유 저장 탱크 탐지 알고리즘’과 ‘원유 저장량 부피 추정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원유 저장 탱크 탐지 알고리즘은 딥러닝을 이용하여 분석 대상을 정하고, 원유 부피 추정 알고리즘은 수학적 공식을 기반으로 그림자 추정값을 도출한다. 특히 원유 부피 추정 알고리즘은 탱크 주변에 여유 공간을 두고 분석해 그림자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원유 저장 탱크 탐지 기술 개요. 그림자를 최종적으로 추출해 저장된 원유의 부피를 계산할 수 있다./나라스페이스

그림자로 원유 저장량 부피를 분석하는 과정은 흑백 영상으로 시작한다. 이후 탱크별로 다른 임계값을 적용하는 ‘적응형 임계 필터’를 거치고, 굴곡에 대한 경계를 분리하는 ‘군집 형태 객체 인식’ 과정으로 노이즈를 제거한다. 명확하게 그림자로 판별된 부분을 활용해 원유 저장량 부피를 계산하는 것이다.

원유 저장 탱크 탐지 기술로 사우디아람코가 보유한 원유 공장의 일부 지역도 분석했다. 해당 지역에선 총 30개의 원유 저장 탱크가 감지됐다. 이 지역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석하면 원유 공장의 수용량과 수출량을 파악할 수 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원유 저장 탱크 탐지 기술의 데이터 추출 과정./나라스페이스

지난 2022년 5월 1일과 2023년 4월 22일 사우디아람코 원유 공장을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고 석유 수요가 전년도 하루 220만 배럴에서 999만 배럴까지 회복된 시기다. 실제로 2022년 4월을 시작으로 국제 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사우디아람코의 원유 저장량은 전체 저장량의 56%로 나타났다. 1년 뒤인 2023년의 원유 저장량인 52%로, 전년보다 4%P 줄었다. 사우디 아람코의 원유 저장량은 다소 줄었지만, 가스 대체 수요가 발생해 석유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면서 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유가 변동은 세계 경제 상황과 석유 수급, 지정학적 사건 등 다양한 요인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원유 탱크 탐지 기술만으로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원유 탱크를 분석해 원유 생산과 출하 변화를 파악하면 글로벌 오일 공급·수요 변화 추정하고, 오일쇼크 전조 파악에 대처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참고자료

나라스페이스 어스페이퍼 https://ep.naraspace.com/

수년 전만 해도 하루 한번 같은 장소를 찍기 어려웠지만 저가 발사체가 늘어나고 소형위성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 감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방 분야는 물론 재해와 재난 감시, 손해 사정, 산업 동향 분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 영상이 활용되고 있다. 국내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와 조선비즈는 우주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우주경제 시대를 앞두고 인공위성 영상 데이터와 국방과 산업,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분석하는 ‘위성으로 본 세상’과 ‘위성으로 보는 경제’라는 ‘스페이스 저널리즘’ 시리즈를 매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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