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문.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중심대학인 KAIST 대학원생의 지난해 교내 수입이 월 평균 166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생들은 한 달 평균 166만원의 인건비를 받고 있다는 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는 대학원생은 학생 신분이기도 하지만 대학 연구를 떠받치는 주요 연구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 적절한 인건비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최저 임금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향후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KAIST 대학원 총학생회는 29일 '2023년 연구환경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6일부터 24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는 KAIST 대학원생 총 7628명 중 1818명(23.83%)이 참여했다. 응답자 중 석사 과정생은 788명(43.34%), 박사 과정생은 1030명(56.66%)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원생이 학업과 조교 업무, 연구 과제를 통해 받는 교내 수입(인건비)은 월 평균 166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월 평균 160만 2000원인 것과 비교해 6만원 가량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KAIST 대학원 총학생회는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평균 시급 7995원으로 법정 최저임금 9620원보다도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대학원생 10명 중 3명은 가장 변화가 시급한 요소로 인건비와 같은 경제적 여건을 꼽았다.

KAIST 대학원생들은 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중에 연구실에서 하루 평균 평균 10시간씩 연구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는 1년 평균 7.64일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실 체류 시간과 휴가 일수도 경제적 여건만큼이나 연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쓰인다.

이번 조사에서 일부 KAIST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의 '갑질'에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대학원생 중 교수의 사적인 일에 동원된 적이 있는 사람은 1818명 중 142명으로 7.81%에 이른다. 개인적인 심부름에 의해 동원된 비율이 72명(55.38%)으로 가장 많았다. 학회 관련 업무에 동원된 인원이 60명(46.15%)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뒤이어 개인 사업이 39명, 가족 행사 19명, 종교 행사 2명이었다.

연구 결과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를 목격하거나 들은 학생의 비율은 10.34%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은 자신의 논문이나 다른 동료 논문에서 부당한 저자 표기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는 셈이다. 해당 행위를 지시한 주체는 지도교수가 가장 많았고 다음은 연구실 동료, 연구교수 순이었다.

대학원 총학생회는 "대학원생의 졸업 요건을 합리적으로 세워 명시하고 지도교수와의 관계와 지도에 할애하는 시간을 늘리면 연구 환경과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총은 이를 위해서는 "대학원생의 경제적 여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며 "연구의 저자 표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개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AIST 대학원 총학생회는 국내 최초로 2004년부터 매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왔다.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최대 규모의 설문 조사로, 이공계 대학원의 연구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