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포함한 유인원 대부분은 진화 과정에서 꼬리를 잃었다. 헷갈리기 쉬운 원숭이와 유인원을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로 꼬리의 유무를 꼽기도 할 정도다. 그러나 공통 조상에서 출발한 원숭이와 유인원 중 왜 유인원만 꼬리가 사라졌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과학자들은 유인원에게서 꼬리가 사라진 이유를 찾고 있다. 대부분 동물이 중심을 잡거나 팔을 대신해 물건을 잡고 해충을 쫓는 데 유용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굳이 불필요하다고 사라지게 둘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인간의 꼬리는 왜 사라졌을까.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 클렘슨대, 로욜라대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29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인간을 포함한 유인원의 꼬리를 사라지게 한 범인은 ‘이기적 유전자’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척추동물의 꼬리 형성과 관련된 유전자 140개를 선별하고 꼬리가 있는 다른 동물과 유인원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유인원들에서 공통적으로 꼬리의 발달을 결정하는 유전자 ‘TBXT’의 변이가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했다. TXBT가 유인원의 꼬리를 사라지게 한 중요한 원인이라는 의미다.
유인원의 TBXT 유전자에는 또 다른 유전자인 ‘Alu’가 끼어들어 있었다. Alu는 단백질 합성 정보는 없으면서 자가 복제에 대한 정보만 갖고 있는 특이한 유전자로 영장류에서 많이 발견된다. 심지어 다른 유전자 위치로 스스로 복제해 옮겨다니기도 한다. 생명 현상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유전자 자신의 생존만을 위한 기능을 해 ‘이기적 유적자’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연구진은 생쥐의 TBXT 유전자의 변이를 일으켜 꼬리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생쥐 모델 제작은 한국인 연구자인 김상용 랑곤헬스 교수가 이끌었다. 김 교수는 유전자 조작 생쥐 제작의 전문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연구가 가능한 생쥐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유전자 조작 생쥐를 관찰한 결과 TBXT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생쥐에서는 꼬리가 전혀 발달하지 않거나 매우 짧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Alu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에 변이를 만드는 주요 원인인 엑손 결함이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TBXT 유전자 변이는 유인원의 꼬리를 없애는 것뿐 아니라 치명적인 질병도 유발했다. 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난 생쥐는 발달 과정에서 신경관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신경관 결손(NTD)’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신생아 1000명 중 1명에게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병으로 심한 경우에는 뇌와 두개골의 일부가 자라지 않는 심각한 수준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연구진은 유인원과 원숭이의 공통 조상에서 Alu 유전자에 의한 TBXT의 변이가 꼬리를 사라지게 한 주요 원인임과 동시에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이타이 야나이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 교수는 “진화 과정에서 사라진 꼬리는 인간이 두 발로 걷는 이족보행을 하는 데 도움을 줬으나 그 과정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며 “현재 인류가 겪는 신경 질환이 사라진 꼬리와 관련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0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