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가 개발한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Odysseus)./인튜이티브 머신스

민간 주도로 우주기술을 개발하는 트렌드인 ‘뉴스페이스(New Space)’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도 달에 착륙하는 시대가 열렸다. 우주 탐사의 주체가 국가가 아니라 기업으로 확장되면서 우주를 포괄하는 법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포함해 우주 탐사에 시동을 걸고 있는 만큼 국제적 기준에 맞는 ‘우주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7일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 1월 7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천문학회(AAS) 제243차 회의에서는 바뀐 우주개발 환경에 맞는 새로운 우주법의 필요성에 관련된 논의가 나왔다.

과학계는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상업적인 달 탐사가 본격화됐지만, 관련 법령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마틴 엘비스(Martin Elvis) 하버드대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 선임 천체물리학자는 미국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과 인터뷰에서 “우주에 관한 문제는 법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며 “현재 우주 조약은 ‘국가는 우주의 오염을 피해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정도의 수준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주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의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는 지난 23일 달의 남극 근처 분화구인 ‘말라퍼트A’ 지점에 착륙했다. 아르테미스 하위 프로젝트인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로 기업이 달 착륙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개발한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지난해 8월 달 남극 부근에 착륙했다. 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발사한 달 탐사선 슬림(SLIM)도 지난달 20일 달에 안착했다. 반년 사이에 3개 국가의 탐사선이 달 지표면에서 탐사를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달에서의 인간 영향력을 더 커질 전망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서 탐사를 하는 모습의 상상도./NASA

현재 우주 탐사 분야에서 전 세계가 합의한 조약은 1967년 체결된 유엔 외기권 조약이 대표적이다. 주로 우주가 국가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우주 오염에 대한 책임을 명시했지만, 이는 원칙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성문화된 법이 없다 보니 달에 대한 거버넌스가 공백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우주 탐사에 대해 규칙을 세우려는 시도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의 경우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국이 지켜야 할 조항을 명시했다. 또 캐나다는 2022년 형법 관할권을 달까지 확장해 천문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 구속력이 없거나 파편적으로 입법이 이뤄져 국제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우주법은 달 자원 채굴 분야에서도 중요하게 작동될 것으로 보인다. 달에는 핵융합 에너지원인 헬륨3와 희토류들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에 있는 헬륨3은 1t에 30억 달러(4조원)에 달한다. 미국 밴더빌트대 연구진들은 달에 어떤 광물들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달을 시추하는 탐사를 계획 중이기도 하다. 무분별한 달 채굴이 이뤄질 경우 소유권과 달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우주개발 진흥법이라는 우주 관련법이 있다. 우주개발을 체계적으로 진흥하고 인공위성처럼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물체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법이다. 한국도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앞두고 있어 정부와 학계 중심으로 우주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5월 업무를 개시할 우주항공청이 우주법에 대한 국제적 논의에 합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국가들은 우주 탐사나 달 차원 소유권에 대해 규정하는 법안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제는 우주 개발 진흥이 아닌 우주를 모두 포괄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은 “지금까지는 연구 과제를 기반으로 파편적으로 진행됐다면, 우주항공청이 만들어지고 나선 더 구체적으로 결과가 나와야 할 것 같다”며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에서도 우주항공청 설립에 맞춰 정책 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