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동 경상국립대 교수가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주항공청이 나아가야 할 길 정책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서 "계속 중단되는 연구 사업으로 인해 국내 우주 스타트업의 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연구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병철 기자

올해 5월 개청을 앞둔 우주항공청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관습을 벗어던진 새로운 연구 사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사업의 연속성을 높여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마련하는 동시에 중복 연구를 가능하게 하거나 기존 사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해동 경상국립대 교수는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주항공청이 나아가야 할 길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 "한국은 뉴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인 스타트업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단순히 정부가 개발한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해외의 경우 2020년 10조원 규모였던 우주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1년 만에 2배로 늘었다"며 "반면 한국은 우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연구 사업들이 계속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누리호에 실려 발사한 대기관측위성 '도요샛' 사업을 예로 들었다. 도요샛은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함께 개발한 위성으로, 산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아닌 국내 중소기업들이 함께 참여했다. 주요 부품의 절반을 국산화해 위성 기술과 경험을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김 교수는 "스타트업을 주축으로 성공한 과제이지만 정작 후속 과제는 대기업 위주로 참여하고 있다"며 "정부 과제인 만큼 실패하면 안된다며 스타트업을 배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중소·벤처 기업의 세계 우주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마련한 '스페이스이노베이션 사업'의 사례도 소개했다. 스페이스이노베이션 사업은 시작 3년차인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부족을 이유로 종료된다.

김 교수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해 상세 설계를 마치고 조립을 위한 부품 구매까지 했는데 결국 사업이 사라져 개발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며 "우주항공청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례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다른 전문가들도 추후 우주항공청이 기획하는 연구 사업에 한해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최기영 인하대 부총장은 "국내 연구 사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중복성에 대한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며 "앞서 했던 연구는 다시 못하게 하니 혁신적인 기술보다는 성과를 내기 안전한 연구만 이뤄진다"고 말했다.

항우연 원장을 지낸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도 "우주항공청이 설립되면 지금까지 국내 우주 연구 사업을 전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형 GPS 사업, 차세대발사체 사업처럼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재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연구 사업에 이같은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최진혁 과기정통부 과장은 "우주항공청 설립에 필요한 청사, 인력도 준비하는 동시에 어떤 사업을 추진해 나갈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산·학·연 관계자들이 모여 방향성에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하영제 무소속 의원실에서 주최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가 주관해 과학계, 산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했다. 이번 패널토론에는 조여문 경남도청 우주항공산업과장, 신상준 한국항공우주(KAI) 미래전략실장, 김정환 경남테크노파크 원장, 박준환 송월테크놀로지 대표, 류영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RM실장이 함께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