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모나쉬대 연구진이 초음파를 이용해 정자의 운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세 유체 기술을 이용해 효과를 추적한 결과 최대 266%의 운동성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픽사베이

아이를 갖고 싶지만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를 위한 기술이 나왔다. 호주 연구진이 남성 난임을 유발하는 정자의 운동성 감소를 초음파로 회복하는 치료법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은 치료 효과까지 정확히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부작용 우려가 있는 약물 사용을 대체할 기술로 기대를 모은다.

호주 모나쉬대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고주파 초음파를 정자에 쏘면 운동성이 최대 266% 향상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고주파 초음파를 이용해 정자의 운동성을 높이고, 이를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초음파가 정자의 미토콘드리아 대사를 촉진해 정자의 운동성을 높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미 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 효과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초음파로 인한 정자의 이동성 증가 효과가 워낙 커서 추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미세 유체 기술을 적용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작은 물방울 안에 정자를 가두고 표면 음향파(SAW)를 쏴 정자의 운동성을 높이고 물방울 내에서만 움직이게 해 운동성 변화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20세부터 40세까지 건강한 남성에게서 정자를 채취하고 운동성이 떨어지는 정자를 따로 선별했다. 이렇게 모은 정자는 미세유체 분석 장치에 넣고 고주파 대역의 초음파를 조사했다. 이후 운동성의 변화를 추적했다.

호주 모나쉬대 연구진이 개발한 정자의 운동성 평가 방식. 작은 물방울 안에 정자를 가둬 기존에는 어렵던 정량적 평가가 가능해졌다./호주 모나쉬대

그 결과, 초음파를 조사한 후 정자의 운동성이 최대 2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음파의 주파수 대역은 40㎒에서 가장 효과가 우수했다. 심지어 운동성이 전혀 없어 움직이지 않던 정자의 34%는 운동성을 회복했다. 남성 불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정자의 운동성 감소 문제를 초음파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한 번 이상 난임을 경험한 성인 비율은 17.5%에 달한다. 현재 난임을 겪는 사람을 뜻하는 시점유병률은 12.6%다. 단순히 계산했을 때 부부 10커플 중 1커플이 현재 난임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추세는 국내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가 2021년 실시한 '가족과 출산조사'에서는 19세에서 49세까지 결혼한 여성 중 17.2%가 현재 배우자와 난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흔히 난임이라고 하면 여성의 건강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난임 부부의 35~40%가 남성 난임에 해당한다. 남성 난임의 가장 큰 원인은 정자 수 감소, 비정상 정자 비율 증가와 함께 정자의 운동성 저하가 꼽힌다. 정자가 난자까지 이동하는 능력이 저하돼 정상적인 수정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자의 운동성을 높이는 약물인 펜톡시필린이 개발되기도 했으나 유전자 손상 부작용의 우려로 실제 처방은 제한되고 있다. 연구진은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남성 불임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초음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초음파를 이용한 기계 요법이 난임 치료와 인공수정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될 것"이라며 "저렴하면서도 안전한 방법으로 난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k2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