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연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가진 미국 연구기관이 논문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이 기관에서 발표한 논문 57편에서 데이터 조작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23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다나파버)는 최근 데이터 조작 정황이 있는 논문 6편을 철회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과학 블로거 숄토 데이비드가 이달 2일 올린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데이비드는 다나파버에서 발표한 암 연구 논문에서 아마추어 수준의 데이터 위조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데이터 조작은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 사용하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데이터를 붙여 넣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작이 발견된 논문의 저자에는 다나파버의 회장인 로리 글림처도 포함돼 있었다.
데이비드는 "우리가 발견한 데이터 조작 흔적은 아주 일부에 그칠 수 있다"며 "다나파버의 연구는 마치 암 세포처럼 해로웠으나,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경력을 쌓고 부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나파버는 자체 조사 후 문제가 된 논문은 학술지에 철회를 요청했다. 바렛 롤린스 다나파버 연구정직성책임자는 22일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 논문 6편의 철회를 요청했고 31편의 논문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16편의 논문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데이비드가 데이터 조작이 있다고 주장한 논문 중 3편에 대해서는 조작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른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나파버의 데이터 조작 조사는 앞으로 1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롤린스 책임자는 "조사 결과 일부 논문에 사용된 이미지 데이터는 조작이라고 볼 수 없다"며 "조사는 사실에 근거해 신중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데이비드가 많은 규모의 데이터 조작 의심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한 덕이다. 데이비드는 데이터 조작을 직접 판별하기도 했으나, 일부 데이터에 대해서는 AI를 사용했다. '이미지 트윈'이라는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다른 데이터에 같은 이미지가 사용된 사례를 찾아낸 것이다. 실제로 데이비드가 확인한 데이터 조작 사례 중에는 실험 첫날과 16일차의 데이터에 같은 이미지가 사용된 경우도 있었다.
데이비드는 다나파버의 자체 조사 또한 내부적인 이해 관계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롤린스 책임자의 논문에서도 데이터 조작의 흔적이 나왔는데, 조사에서 무혐의가 나올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데이비드는 "단순히 데이터 조작의 개별 사례보다는 시스템적인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다나파버의 자체 조사도 이해 관계에 따라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