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이 발사한 민간 달 착륙선이 결국 달 착륙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첫 민간 달 착륙’이라는 타이틀은 다음 기회에 노릴 수 있게 됐다.
민간 달 착륙선 페레그린(Peregrine)을 개발한 미국 우주 기업 애스트로보틱은 9일(현지 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불행하게도 달에 연착륙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페레그린은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 23일 달 앞면에 있는 폭풍의 바다 동북쪽 용암지대에 착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추진체 계통의 문제로 연료에 손실이 발생해 달 착륙 임무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태양 방향으로 위치를 잡지 못한 것도 주요 문제로 꼽혔다.
애스트로보틱은 “추정치로는 지금부터 약 40시간 뒤 추진체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동안은 최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다음 발사 임무와 관련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페레그린은 현지 시각으로 8일 오전 2시 18분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에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로켓 벌컨 센타우어에 실려 발사됐다. 달 궤도에 진입하고 돌다가 서서히 고도를 낮춰 연착륙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지만, 연료 장치에 문제가 생겨 임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페레그린에는 달 표면 구성과 방사능을 조사할 탑재체와 로버를 실었다. 또 미국 전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존 케네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의 디옥시리보핵산(DNA) 표본도 넣어 달 탐사에 대한 인류의 관심을 표현했다.
이번 달 착륙선 발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추진하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목적으로 진행됐다. CLPS는 유인 달 탐사 임무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하위 프로젝트로, 민간 기업을 활용해 탑재체와 화물 등 우주 수송 서비스를 추진한다. NASA는 페레그린 착륙선으로 과학장비 등을 수송하는 대가로 1억800만 달러(1400억원)를 지급했다.
‘첫 민간 달 착륙선’ 타이틀의 기회는 다음 타자로 넘어가게 됐다. 다음 달 중순에는 미국 우주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가 무인 달 착륙선 노바-C(Nova-C)를 발사한다.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페레그린보다 더 빠른 궤도를 계획하고 있어 발사 7일 후에는 착륙을 시도한다.